1183억 최대 과징금 ‘KT-하나로 담합’ …정통부 합의 종용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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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 KT와 하나로텔레콤의 ‘담합’은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개입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KT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소명자료에 따르면 정통부는 2002년 10월 KT와 하나로통신이 합의할 구체적인 내용을 정한 뒤 e메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이를 통보해 같은 해 11월 8일 두 회사가 합의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정통부가 2002년 10월 20일 양사에 e메일로 보낸 합의서 초안에는 △KT의 초고속인터넷(VDSL) 공급 제한 △하나로텔레콤의 시내통화요금 인상 △KT의 시장점유율을 일부 하나로텔레콤으로 넘기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정통부는 초안에 대해 두 회사의 의견을 들은 후 같은 해 10월 31일 수정안을 양사에 보냈으며 11월 8일에는 담당 부서인 정보통신지원국(현 정보통신진흥국)으로 두 회사의 부사장을 불러 최종 합의서에 서명토록 했다.

최종 합의서에는 하나로텔레콤의 시내요금을 2002년 7월 9일 수준으로 내리고, 하나로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20%가 될 때까지 KT가 단계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넘기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내용은 이듬해인 2003년 6월 23일 합의가 공식적으로 이행될 때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합의서 서명 직후인 11월 12일 정통부는 양사 관계자를 불러 “앞으로 세부 사항은 양사 자율로 하되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정통부가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정통부의 행정지도는 2002년 11월까지만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 담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신업계 관계자는 “행정지도가 언제 이뤄졌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KT는 법률상 허용된 재심 요청 없이 곧바로 행정소송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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