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롯데, 초여름밤의 기적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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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순간“와 이리 좋노.” 환호하는 부산 갈매기들. 롯데 최준석(등번호 20번)이 11-11로 맞선 9회초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리자 팬들이 떠나갈 듯 환호하고 있다. 롯데는 프로야구 24년 사상 두 번째 최다 점수차인 8점차 역전 승리를 일궈내며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연합
역전 순간
“와 이리 좋노.” 환호하는 부산 갈매기들. 롯데 최준석(등번호 20번)이 11-11로 맞선 9회초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리자 팬들이 떠나갈 듯 환호하고 있다. 롯데는 프로야구 24년 사상 두 번째 최다 점수차인 8점차 역전 승리를 일궈내며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연합
이보다 더 극적일 수는 없었다.

롯데가 11-11로 따라붙은 뒤 계속된 9회초 1사 1루. 최준석이 타석에 서자 관중석은 다시 한번 술렁거렸다. 패배의 위기를 넘긴 롯데 팬들이 목 놓아 부르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어느새 “부∼산 갈∼매기”의 흥겨운 가락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알기라도 한 듯 최준석은 볼카운트 1볼에서 LG 마무리 신윤호의 바깥쪽 직구를 가볍게 받아쳤다. 허공을 힘차게 가른 타구는 오른쪽 관중석에 박혔다. 짜릿한 역전 결승홈런.

롯데가 초반 8점차 열세를 딛고 꿈같은 역전 드라마를 매듭짓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인 끝에 13-11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8-8을 만든 뒤 추가 실점했지만 끝까지 선수들을 믿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양 감독이 수훈선수로 지목한 손인호는 5타수 4안타 3득점 2타점으로 눈부시게 활약했다. 신세대 거포 이대호는 5타수 3안타, 최준석은 4타수 2안타 3타점.

롯데는 4회까지 매회 실점하며 0-8까지 뒤져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된 듯했다. 하지만 5회 초에 무려 12타자가 나와 8안타 1볼넷을 앞세워 8점을 뽑으며 8-8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5회말 곧바로 2점을 빼앗긴 데 이어 6회말 다시 1점을 내주며 3점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승부는 이때부터였다. 8회초 1점을 추격한 롯데는 9-11이던 9회 초 1사 후 이대호의 안타와 펠로우의 2루타로 맞은 2, 3루에서 손인호가 상대 투수 가랑이 사이로 빠지는 안타로 11-11 동점을 이뤘다.

최준석의 한방으로 재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9회말 특급 마무리 노장진이 기가 질린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 숨 가쁜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의 8점차 역전승은 사상 최다 점수차 기록에 딱 1점 모자란 역대 2위 기록. 현대는 2003년 5월 27일 기아와의 수원경기에서 9점차까지 뒤지다가 12-10으로 역전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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