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개발 의혹’ 노대통령 前후원회장 이기명씨 소환조사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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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씨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미옥  기자
이기명 씨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미옥 기자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투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洪滿杓)는 26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 씨를 참고인으로 비공개 소환해 조사한 뒤 이날 저녁 돌려보냈다.

검찰은 또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을 다시 불러 이틀째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이기명 씨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7월 초 부동산개발업자 전대월(全大月·구속) 씨를 국회 의원회관 이 의원 사무실에서 만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당시 이 의원의 소개로 지질학자 허문석(許文錫·해외 잠적) 씨를 이기명 씨의 개인사무실에서 만났으며, 이 자리에 이기명 씨가 함께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기명 씨는 또 허 씨가 지난달 4일 감사원 감사 직후 인도네시아로 출국하기 전 접촉했으나 출국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원이 26일 1차 조사에서 지난해 3∼10월 사이 전 씨를 6차례 만났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 “만난 횟수는 별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틀째 조사에서도 “철도청의 유전사업에 일절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의원은 전 씨 등과의 전화통화 녹취록 등을 검찰에 제출하며 확인을 요청하는 등 자신의 무관함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의원이 제출한 관련 자료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참고인들을 불러 검증 작업을 벌였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3인방 새로 드러난 행적▼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투자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핵심 관련자의 행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 배후로 지목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25, 26일 연이은 검찰 소환 조사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 대처했다.

▽전대월=이 의원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유전사업을 주도한 부동산개발업자 전대월 씨는 지난해 10월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갔다. 남사할린 ‘홈스크 유전’ 사업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문제의 사할린 페트로사흐 유전 사업으로 철도청으로부터 120억 원의 사례비를 주식을 양도하고 채권 형태로 챙긴 직후다.

그러나 당시 전 씨가 이 의원에게 건넨 자료는 액화석유가스(LPG)와 액화천연가스(LNG)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조잡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은 전문기관 등에 물어본 뒤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전 씨는 이 의원실에 발길을 끊었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8000만 원을 준 이 의원의 선거 참모인 지모 씨를 통해 자료를 돌려주도록 올해 초에 요청했다. 퀵서비스로 일부를 보냈다는 게 이 의원의 검찰 진술이다.

전 씨의 자금난도 관심을 끄는 부분. 검찰 조사 결과 전 씨는 2003년 2월부터 유전사업을 본격 착수하기 직전인 지난해 5월까지 강원 정선군 카지노에서만 40억 원가량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2002년 말 부산 동부지검에서 해외 원정도박 혐의(상습도박 및 외환거래법 위반)로 구속돼 항소심에서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전 씨가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돈은 20억 원가량. 유전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1년여 동안 모두 60억 원 이상을 날린 셈이다. 전 씨가 운영하던 부동산개발업체는 지난해 8월 말 부도가 났다.

▽허문석과 왕영용=전 씨와 함께 유전사업을 주도한 허문석 씨는 지난해 7∼9월 이 의원의 에너지 관련 정책간담회 참석차 이 의원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었다. 8월 말에는 이 의원 등에게 “인도네시아의 철광산을 샀다”고 자랑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왕영용(王煐龍·구속) 전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은 허 씨와 2002년 이후 인도네시아 철광 개발 사업을 함께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사이. 왕 전 본부장은 철도청의 유전사업 참여가 결정된 지난해 8월 12일 내부 회의에서 철도청의 유전사업 경비를 390억 원으로 보고했다. 철도청의 한국크루드오일(KCO·유전개발전담업체) 지분 35%(약 210억 원)에 비해 180억 원을 부풀린 것.

검찰은 전 씨와 허 씨, 왕 씨 등 유전사업 핵심 3인이 유전사업 당시 상당한 경제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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