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철거민에 새총으로 골프공 쏴…주민 2명 부상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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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들에게 골프공을 쏘기 위해 조준하고 있는 경찰. 이 새총은 높이 1m에 폭 50cm 크기. 오산=연합
경기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들에게 골프공을 쏘기 위해 조준하고 있는 경찰. 이 새총은 높이 1m에 폭 50cm 크기. 오산=연합
경찰이 40여 일째 농성 중인 경기 오산시 수청동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에게 철제 새총을 만들어 골프공을 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26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세교지구 우성빌라 철거민을 향해 경찰이 새총으로 골프공을 발사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감찰조사를 벌인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며 “화성경찰서 일부 직원에게서 경비교통과장의 지시로 새총을 만들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진압 규정을 위반한 책임을 물어 화성경찰서 윤성복 서장을 이 날짜로 대기발령하고 박종규 경비교통과장을 직위해제했다. 또 관련자에 대한 감찰조사를 추가로 벌여 책임이 있을 경우 모두 문책하기로 했다.

화성경찰서 직원들은 쇠파이프로 Y자 모양의 높이 1m, 폭 50cm의 새총을 만들어 바닥에 고정시키고 철거민이 있는 우성빌라를 향해 한밤중에 골프공을 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조사과정에서 “철거민이 사용하는 새총을 본떠 만들어 골프공을 3, 4 차례 발사했는데 이는 철거민이 골프공과 화염병 등 시위도구를 모두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자치시민연대는 “경찰이 이달 초부터 20일까지 오후 11시∼오전 2시 우성빌라를 향해 골프공과 쇠로 만든 너트 등을 수시로 쏴 철거민 2명이 머리 등에 상처를 입었고 창문이 깨졌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세교지구는 대한주택공사가 2008년 완공할 98만 평 규모의 택지지구로 세입자 등 주민 24명이 지난달 16일부터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우성빌라에서 농성 중이며 이 과정에서 진입을 시도했던 경비용역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6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오산=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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