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에 “술 한잔 드리세요” 권유…법원 “성희롱 아니다”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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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회식 자리에서 남자 교감이 여교사에게 술을 따르라고 권유한 행위에 대해 여성부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법원은 1, 2심 모두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모(54) 씨는 2002년 9월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감으로 부임한 뒤 교장이 참석한 가운데 3학년 교사들과 회식을 가졌다.

김 씨는 여교사들이 교장이 따라준 술잔을 비우지 않자 “교장 선생님에게 한 잔씩 따라드리세요”라고 두 번 말했다.

여교사 최모(31) 씨는 “‘술을 따르라’는 권유에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며 여성부 산하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고, 개선위는 2003년 4월 “김 씨의 행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시정권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행동이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개선위는 성희롱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이번엔 개선위가 “판결이 잘못됐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특별11부(부장판사 김이수·金二洙)도 26일 “김 씨의 행동은 교장한테서 술을 받은 데 대한 답례로 술을 권하라는 취지에서 한 것으로 보이며, 성적 의도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개선위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성희롱 결정은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여성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씨의 행동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헌법에 보장돼 있는 인격권을 직접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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