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怪談’ 與圈 뒤숭숭… 비리-추문 소문에 지도부 긴장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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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여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소문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여권 인사들이 관여한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의혹과 충남 당진군 행담도 개발사업 문제가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잠겼던 각종 의혹의 유포를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가혹한 수사’와 ‘철저한 책임’을 거론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도 위기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비리 의혹 소문=가장 많이 돌고 있는 얘기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 중인 한국수자원공사의 공사 수주 관련 비리 사건에 열린우리당의 핵심 인사인 A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우성산업개발 이기흥(구속) 회장이 수자원공사가 발주한 공사의 수주를 위한 로비의 대가로 조성한 비자금 71억 원 중 용처가 불분명한 36억 원의 일부가 A 씨 측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을 전해들은 A 씨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4·15총선 전 출마를 고려했던 여권의 또 다른 핵심 인사인 B 씨가 이 사건과 돈 문제로 얽혀 있다는 설도 있다.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정치권 출신 C 씨에 대해선 공기업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고 중견건설업체 등에서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첩보를 사정기관이 입수했다는 소문도 있다.

게다가 요즘 국회 의원회관에선 한 의원이 이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까지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여권의 위기감=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26일 원내전략회의에서 유전개발 사업 의혹 등에 대해 “잘잘못을 분명히 가려 잘못된 부분에 대해 고칠 것은 고치고 책임질 것은 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25일 문희상(文喜相) 의장과 장영달(張永達) 상임중앙위원이 의혹 관련자들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인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또 당 지도부가 합심해 봇물 터지듯 불거져 나오는 비리 의혹에 당이 요동치는 것을 막아 보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해 당 지도부는 속만 태우고 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요즘은 정말 되는 게 없다.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의혹의 당사자들이 섭섭한 감정이나 불만을 나타내는 점도 지도부의 부담이다. 문 의장이 25일 유전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된 이광재(李光宰) 의원의 이름을 거명하며 “철저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이 의원 측이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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