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원암]위안貨 절상 시나리오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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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은 올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중국이 달러화에 고정해 놓은 위안화의 환율을 6개월 안에 유연하게 바꾸지 않을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당사국과 협상을 시작하며 타결되지 않을 경우 무역 제재를 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중국산 섬유제품에 대해 수입쿼터제를 부활 확대했으며, 중국과의 환율 교섭을 위한 특사를 임명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압박에 대하여 중국은 환율정책은 고유의 권한이며 아직은 위안화를 절상할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대응하고 있다.

갑자기 왜 이럴까. 우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저가품 공세에 밀린 미국 제조업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와 제조업자들의 불만 누적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위안화 절상을 종용하지 않은 것은 중국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미국에 재투자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떠받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불균형에 따른 내부 불안이 곪아 터지면서 더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외교적으로도 미국의 9·11사태 이후 양국은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협조 관계를 유지했으나 최근 북핵 문제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영국의 일간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종용하기 위한 비공식 특사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을 중국에 보냈다는 기사와 함께 미 국방부가 중국을 군사적 경쟁국으로 간주하는 보고서를 곧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제 위안화 절상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문제도 걸려 있으므로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벌써부터 중국은 환율정책이 국가주권이 걸린 사안이므로 국내 경제 여건을 감안하여 결정하겠다고 하고,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중국의 현 환율제도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10% 수준의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게 되면 그 수준에 관계없이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10% 수준을 밑도는 점진적 절상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이 환율을 현 상태로 유지해 달러화를 사들이지 않게 되면 미국도 낮은 금리로 차입할 수 없게 되므로 미국 금리의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 금리의 상승이 빨라지면서 이미 높은 수준에 있는 미국의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미국의 경기를 크게 둔화시킬 것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위안화 절상에 따른 수출 감소와 경기 위축 및 금융시장 불안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의 폐해에 대하여 더 걱정을 하고 있으며 수세에 몰리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큰 폭으로 위안화를 절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은 미국 경제가 위안화 절상 또는 달러화 가치 하락의 충격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 시 세계 경제의 연착륙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될 것이므로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상당한 충격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안화 절상 시 미국을 비롯한 제3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 혜택은 주로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돌아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1위 수출대상국은 중국이므로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위축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수출 사정이 좋지 않다면 위안화 절상에 따른 원화 절상 폭도 크지 않을 것이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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