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06>발(등질 발)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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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止·지)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놓인 모습이 발이며, 이 때문에 ‘등지다’, ‘떨어지다’, ‘멀어지다’ 등의 뜻이 생겼다.

발로 구성된 登(오를 등)은 원래는 두 발(발), 굽 높은 그릇(豆·두), 두 손(공·공)으로 이루어져, 그릇(豆·두)에 담긴 음식이나 곡식을 신전으로 나아가(발) ‘드리는’ 모습을 그렸으며, 이로부터 登에 ‘오르다’는 뜻이 생겼다. 豆에 주로 콩 같은 곡식을 담아 두었던 때문인지 豆는 이후 大豆(대두)처럼 ‘콩’이라는 뜻으로 주로 쓰였고, 그러자 원래 의미는 木(나무 목)을 더한 두(나무그릇 두)로 분화했다.

그래서 登에서 파생된 글자들은 모두 ‘오르다’의 뜻을 가진다. 예컨대 嶝(비탈길 등)은 산(山·산)으로 오르는 ‘비탈길’을, 燈(등잔 등)은 불(火·화)을 올리는 ‘등잔’을, 등(걸상 등)은 몸이나 다리를 올려 걸터앉을 수 있도록 고안된 의자(궤·궤)를, 등(등자 등)은 말에 오를 때 발을 디딜 수 있는 쇠(金·금)로 만든 ‘등자’를, 澄(맑을 징)은 물속에 포함된 물질은 가라앉게 하고 물(水·수)은 위로 ‘올라가게’ 하여 ‘맑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發(쏠 발)은 弓(활 궁)과 0(짓밟을 발)로 이루어졌는데, 0은 갑골문에서 발과 복(칠 복)으로 구성되어, 막대로 풀숲을 헤치며(복) 앞으로 ‘나아가는(발)’ 모습을 그렸다. 그래서 發은 활(弓)을 쏘아 멀리 나아가게(0) 함을 뜻하며, 이로부터 發射(발사)나 出發(출발)의 뜻이 나왔다. 여기에 手(손 수)가 더해진 撥(튀길 발)은 시위를 튀겨 화살을 나아가게 하는 동작을 더욱 강조했고, 潑(뿌릴 발)은 물(水)을 흩뿌림을, 廢(폐할 폐)는 ‘쏠’ 수 있는 활을 창고(엄·엄) 속에 넣어 두어 사장시킴을 말한다.

하지만 癸(열째 천간 계)는 갑골문에서는 나무 막대를 X자로 교차시킨 모습이다. 이는 癸에서 파생된 揆(헤아릴 규)와 관계 지어 볼 때, 지금도 중국의 농촌에서 사용되고 있는 컴퍼스처럼 생긴 거리를 재는 도구로 보이며, 癸가 간지자로 쓰이자 手를 더해 揆로 분화한 것으로 보인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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