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격 담합… 제재해야”…KT에 1159억 과징금

  • 입력 2005년 5월 26일 0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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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하나로텔레콤과 짜고 시내전화 요금을 높게 유지한 KT에 대해 1159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단일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공정위는 25일 오후 전원회의를 열어 시내전화 요금과 PC방 전용회선 요금 등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난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3개 유선통신 사업자에 대해 모두 1198억5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KT 1159억7000만 원 △하나로텔레콤 24억 원 △데이콤 14억8000만 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KT는 2003년 4월부터 6월까지 하나로텔레콤과 가격 관련 회의를 갖고 시내전화 요금 수준이 자사의 절반 정도인 하나로텔레콤에 요금 격차를 10%까지 줄어들게 단계적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KT는 대신 매년 1.2%씩 5년간 6%의 시내전화시장을 하나로텔레콤에 내주기로 약속했다.

또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은 2003년 PC방에 들어가는 인터넷 전용회선 요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KT는 “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랐을 뿐”이라며 “행정소송으로 정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통부의 행정지도는 유선전화 시장에서 지나친 경쟁을 없애고 후발 업체를 보호 육성하기 위해 이뤄졌다. 통신 요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인상하도록 유도한 것.

KT에 따르면 정통부는 2002년 당시 하나로텔레콤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KT에 대해 하나로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을 올려주도록 하는 한편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시내전화 요금을 현실화할 것을 권고했다.

KT 측은 “모든 통신서비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규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행위를 담합으로 규정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부의 한쪽에서는 가격 합의를 권고하고, 다른 한쪽에선 이를 징벌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시내전화시장의 95%를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정통부는 후발 사업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며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앞으로도 주무 부처의 행정지도는 그대로 받고 문제가 생기면 공정위의 제재를 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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