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원 또 거짓말…검찰 유전의혹 소환조사

  • 입력 2005년 5월 26일 03시 21분


코멘트
검찰이 25일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을 소환하면서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의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건의 결말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로 드러난 사실=사건 초기 이 의원은 지난해 6월 말∼7월 초 동향(강원 평창) 출신의 부동산개발업자 전대월(全大月·구속) 씨가 유전사업계획서를 들고 왔을 때 지질학자 허문석(許文錫·해외 잠적) 씨를 소개해 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후 문제가 된 철도청의 유전사업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전 씨 등이 자신의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으면서였다고 했다. 유전사업 추진은 알지도 못하고 관여한 바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5일 검찰에 소환된 이 의원은 지난해 전 씨와 6차례 정도 만났으며, 10월에는 사할린 유전사업이 아닌 남사할린의 홈스크 유전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만난 횟수가 지금까지 이 의원이 했던 설명과 다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전 씨와 만난 장소가 주로 여러 사람이 함께 한 행사장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의원회관에 찾아온 전 씨가 엉뚱하게 ‘홈스크’ 유전 얘기를 꺼낸 대목. 당시 전 씨는 자신이 러시아를 다녀왔다면서 홈스크 유전 자료를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올 1월 초 이 의원 측에 자료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일견 이 의원이 전 씨와 유전사업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사할린 유전사업에 관여했다면 당연히 이 자리에서 전 씨에게 “사할린 유전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라고 물었을 법한데 그런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물론 전 씨도 검찰 조사에서 10월 만남에서는 사할린 유전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만남이 이 의원의 사할린 유전사업 개입 가능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정황이 될 수도 있다.

▽실체 규명의 한계=검찰 조사에서 이 의원과 관련해 드러난 사실들은 대부분 주변 인물과 관련된 사실이거나 간접적인 정황에 그치고 있다.

당초 검찰은 김세호(金世浩·사건 당시 철도청장) 전 건설교통부 차관을 구속할 때까지만 해도 정치권 배후의 실체를 어느 정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정치적 배경 없이 김 전 차관 등이 무리하게 움직였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 씨 등 사건 관련자들도 정치권 외압과 관련된 진술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술은 정치권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허 씨 등에게서 나온 전언에 불과했다. 김 전 차관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사법처리 가능성=검찰 관계자는 이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에 대해 “현재(24일)로선 전혀 없다”고 말했다. 수사 중반까지 보였던 자신감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검찰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사법처리가 가능한 정도의 비중 있는 증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원이 유전사업에 관여했거나, 최소한 당사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