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0년 美교포 “국적포기 함부로 말라” 충고의 글

  • 입력 2005년 5월 26일 03시 21분


코멘트
‘국적, 함부로 포기하지 마세요. 결국엔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질 겁니다.’

새 국적법 시행 뒤 국적 포기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20년 이상 미국에서 살아온 시민권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네티즌)이 국적 포기를 신중히 결정하라는 충고를 인터넷에 올려 화제다.

이 누리꾼은 국적 포기자들의 인터넷 카페에 ‘현재 미국에 20년 동안 살아온 미국 국적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시민권자로 살면서 느낀 자신의 아픈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 이민 왔을 때는 정말 신세계에 온 듯 모든 게 새롭고 마음에 들었다”며 “미국에서 살려면 영주권만으로도 사는 데 불편이 없지만 그 이상의 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명문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학교 추천으로 한 다국적 기업에 지원했을 때 동양인 지원자 6명이 우수한 성적에도 모조리 떨어진 사실을 소개했다.

“주점에서 술을 마시려 하면 백인과 흑인이 괜히 시비 걸고 이소룡(리샤오룽·李小龍) 흉내를 내면서 덤비려 한다”며 “경찰도 시비가 벌어지면 동양인부터 잡아간다”고 차별의 설움을 밝혔다.

그는 “동양인의 모습으로 시민권을 가졌다고 해서 특별히 나아지는 것도 없고 현지에서는 자기들 일자리 빼앗으러 온 외국인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며 “한국이 정말 싫으면 철저한 미국인이 돼야지, 힘들다고 다시 박쥐같이 돌아와서 양심 없이 사는 것보단 떳떳하게 한국인임을 밝히고 열심히 사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권 가지면 뭐하느냐. 사회 속에서 미국인이 아닌 것을…”이라며 “국적이 바뀌어도 나중엔 오히려 한국을 많이 찾게 되니 국적 포기에 신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