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현장에서/정부가 부추기는 ‘제2, 3의 판교로또’

  • 입력 2005년 5월 26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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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만 당첨될 수 있다면 1억 원쯤은 기꺼이 투자할 수 있다.’

소문만 무성했던 판교신도시 청약통장 불법거래가 사실로 드러났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를 최우선적으로 청약할 수 있는 ‘성남시 거주 40세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자’의 청약통장 7개가 각각 9000만∼1억500만 원에 거래된 것.

당첨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이들의 경쟁률도 80 대 1 수준으로 만만치 않다. 당첨이 100%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1억 원이라는 거액에 청약통장이 팔린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데는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판교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최저 950만 원대로 제한했다. 또 택지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25.7평 초과 아파트는 평당 가격을 1500만 원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입주 후 소형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은 뻔한 일이다. 20평형 아파트에 당첨됐을 경우 평당 분양가가 1500만 원대로 오르면 1억 원 수익은 보장받는 셈이다.

현재 판교와 인접한 분당과 용인 일대의 20∼30평형대 아파트가 평당 1000만∼14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크게 차이 나는 만큼 입주 후 웃돈이 붙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분양가를 제한한 것이 결국 판교 20∼30평형대 아파트를 ‘로또’로 만든 것이다.

불법통장 거래자들은 “판교에 당첨되지 않고 수도권 내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만 당첨돼도 투자한 돈은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공공택지에 짓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25.7평 초과 아파트 용지에 대해 채권입찰과 함께 분양가를 써내는 병행입찰제를 판교뿐 아니라 파주, 수원 이의신도시 등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들 지역에서 ‘제2, 제3의 판교 로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정부의 올바른 인식이 절실하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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