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심병용]학비 후원 미담에 가슴 뭉클

  • 입력 2005년 5월 25일 0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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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달이다. 더욱이 이번 5월 15일은 ‘스승의날’과 ‘부처님오신날’이 겹쳐 의미가 더욱 컸다. 스승의날을 맞아 교사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스승의날 폐지 △2월로 이동 △현행 유지 순서로 폐지를 찬성하는 교사가 많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교사와 학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부분이 많다는 생각에 허전한 마음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훈훈한 이야기 한 가지를 소개한다.

우리 반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많다. 31명 중 7명이 학자금 지원을 신청해 6명이 혜택을 받고 1명이 안타깝게도 제외됐다. 형편이 더 어려워진 이 학생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시기임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보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런 얘기를 듣게 된 우리학교 N 선생님이 “남편과 상의했다”며 “내가 그 학생을 돕겠다”고 나섰다. 나는 “N 선생님도 십여 년 동안 혼자서 남편 유학 뒷바라지하랴, 가정 꾸려 나가랴 지금까지 여유 없는 생활을 하면서 고생이 많았으니 좀 여유가 생기면 그때 더 좋은 일을 하시라”고 말렸다.

어떻게 하면 그 학생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학비지원 재신청 기회를 알아보기 위해 행정실에 들렀다. 담당자가 몹시 기쁜 표정으로 “그 학생에게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한 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말 놀랐고 가슴이 뭉클했다. 그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한 분이 계시니 학업에 전념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했다. “너를 도와준 분을 꼭 알고 싶으면 졸업 후에 말해주마”라는 말도 곁들였다. 그 학생은 연방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학생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어느 사회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 처진 사람을 외면하거나 몰아세우기보다는 격려하는 분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신뢰하면서 따뜻하게 어우러져 살기 위해 나를 돌아보고 보람 있는 인생을 생각하게 만든 미담이었다.

심병용 서울 공항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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