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진흥재단 직원채용 필기시험 시중 문제집 그대로 출제

  • 입력 2005년 5월 25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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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직원 채용 시험문제를 출제하면서 활용한 수험서. 이달에 치른 시험에서는 문항의 보기까지 그대로 옮겼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직원 채용 시험문제를 출제하면서 활용한 수험서. 이달에 치른 시험에서는 문항의 보기까지 그대로 옮겼다.
정부출연기관인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 주자문·朱子文)이 올해 두 차례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험서의 문제를 그대로 베껴 출제해 물의를 빚고 있다.

24일 재단과 응시생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해 말 이뤄진 조직 개편에 따라 정원이 20여 명 늘어나자 1월에 연구관리직을, 이달에 기능직 사무원을 공모했다.

연구관리직 채용 때는 시사상식을 포함한 직무적성시험(필기시험) 114문항을 객관식으로 출제했으며, 기능직 사무원 필기시험에서는 객관식 50문항을 출제했다.

본보 확인 결과 두 차례 출제된 신입사원 채용 문제가 민간 출판사인 한국고시회의 ‘삼성직무적성검사 SSAT’와 박문각의 ‘SPA 종합교양’에서 그대로 인용됐다.

특히 이달 14일 치러진 필기시험은 50문항 전부를 두 수험서에서 베꼈는데 보기의 순서조차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 측은 올 1월에 연구관리직 시험을 치른 한 응시생이 e메일을 보내 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도 5월에 실시한 시험에서 한술 더 떠 수험서 문항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두 차례의 시험문제를 출제한 재단의 박모 총무과장은 “신입사원 채용이 급해 외부에 출제를 의뢰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외부 출제 의뢰 시 최소 200만∼300만 원이 들어 직접 문제집을 보고 출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과장은 “두 문제집은 취업 준비생이면 누구나 참고하는 ‘취업 바이블’인 만큼 응시생 입장에선 특혜도 없고,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출판사 측에서 저작권 문제를 제기한다면 모를까 출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1월에 시험을 본 A(28) 씨는 “시험이 끝나고 일부 응시생들이 ‘○○문제집의 답만 외웠는데 거의 그대로 출제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특정 문제집에서 출제됐다는 것은 문제가 유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그동안의 시험 결과를 전면 무효화하고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단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다른 응시생들과 연대해 법적 대응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재단 연구관리직 모집에는 530명이 지원해 6명이 선발됐고 기능직 사무원 모집에는 131명이 지원해 이 중 필기시험에 합격한 12명이 23일 면접시험을 치렀다.

▼학술진흥재단이란…▼

1981년 설립돼 △학술연구비 지원 △장학사업 △BK21·누리(NURI) 등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사업에 대한 평가관리 등 3가지 업무를 맡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창의적인 학술연구지원과 국제학술교류 및 협력, 학술연구기반 조성 등을 통해 모든 학문분야를 지원하고 우수한 연구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함으로써 학문과 국가 및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부의 순수 기초 연구지원사업이 교육부로 이관되면서 기초학문 및 순수기초 연구지원 업무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1실 5부 2담당관이던 조직이 올해 초 1본부 3단 1실 6부 1과 체제로 확대됐다.

올해 예산은 약 6500억 원. 이 중 학술연구조성사업비가 34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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