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8시 경북 구미시 양호동 금오공대 디지털관 438호. 수업이 없는 토요일의 대학 캠퍼스는 대부분 한적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는 2학년생 30여명이 한 명씩 강의실 앞에 나와 자신이 짠 컴퓨터 프로그램을 대형 화면에 띄워놓고 설명했다.
수업시간에 받은 과제를 주말을 이용해 담당 교수로부터 평가 받고 있었다. 한 명이 설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에서 1시간까지로 다양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숙제검사’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11시간 정도 걸렸지만 평가를 받은 학생은 1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일요일에 받아야 한다.
이 대학 컴퓨터공학부에서 이처럼 독특한 과제물 검사가 시작된 것은 1998년부터. 임은기(林殷基·50) 교수의 ‘고집스런 신념’ 때문이다.
1학기에 3학점짜리 수업을 하는 데 50여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주말 숙제검사’는 무려 100여 시간이나 소요된다.
임 교수는 “2∼3학년 때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며 “힘들게 하는 만큼 기업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실력이 쌓인다”고 밝혔다. 자신이 짠 프로그램을 교수와 학생들 앞에서 설명하면서 즉석 평가를 받기 때문에 발표하는 학생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발표를 마친 학생도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다른 학생들의 발표와 지적 등을 지켜본다.
50분가량 발표하면서 많은 지적을 받은 2학년 장진원(張珍源·24) 씨는 “교수님의 지적을 받으면 힘들지만 내가 뭘 잘못했는지 금방 깨닫게 된다”며 “졸업 후 기업에서 하게 될 공개 발표에 대비해 미리 실력을 쌓기 때문에 장점이 많은 평가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평가는 5점 만점에 2∼3점이 많을 정도로 ‘짠’ 편이었다. 이런 평가 방법이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과제를 베껴내는 사례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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