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금오공대 컴퓨터공학부 임은기교수의 ‘고집’

  • 입력 2005년 5월 24일 08시 29분


코멘트
“프로그램에 중복된 내용이 보인다. 그런 식으로 짜면 답을 찾지 못해. 인정하지? 1점 감점.”

21일 오후 8시 경북 구미시 양호동 금오공대 디지털관 438호. 수업이 없는 토요일의 대학 캠퍼스는 대부분 한적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는 2학년생 30여명이 한 명씩 강의실 앞에 나와 자신이 짠 컴퓨터 프로그램을 대형 화면에 띄워놓고 설명했다.

수업시간에 받은 과제를 주말을 이용해 담당 교수로부터 평가 받고 있었다. 한 명이 설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에서 1시간까지로 다양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숙제검사’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11시간 정도 걸렸지만 평가를 받은 학생은 1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일요일에 받아야 한다.

이 대학 컴퓨터공학부에서 이처럼 독특한 과제물 검사가 시작된 것은 1998년부터. 임은기(林殷基·50) 교수의 ‘고집스런 신념’ 때문이다.

1학기에 3학점짜리 수업을 하는 데 50여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주말 숙제검사’는 무려 100여 시간이나 소요된다.

임 교수는 “2∼3학년 때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며 “힘들게 하는 만큼 기업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실력이 쌓인다”고 밝혔다. 자신이 짠 프로그램을 교수와 학생들 앞에서 설명하면서 즉석 평가를 받기 때문에 발표하는 학생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발표를 마친 학생도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다른 학생들의 발표와 지적 등을 지켜본다.

50분가량 발표하면서 많은 지적을 받은 2학년 장진원(張珍源·24) 씨는 “교수님의 지적을 받으면 힘들지만 내가 뭘 잘못했는지 금방 깨닫게 된다”며 “졸업 후 기업에서 하게 될 공개 발표에 대비해 미리 실력을 쌓기 때문에 장점이 많은 평가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평가는 5점 만점에 2∼3점이 많을 정도로 ‘짠’ 편이었다. 이런 평가 방법이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과제를 베껴내는 사례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