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해찬 총리 발언에 대한 異見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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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정 운영과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실세(實勢) 총리’로서 취임 1년을 앞둔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드러낸 자리였다. 그의 여러 발언 중에는 안이하고 자기중심적인 현실인식을 보여준 부분이 적지 않다.

그는 “경기가 하반기쯤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올 1분기 성장률이 2.7%에 그치는 등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나아질 것이라고 하는 발언은 신중하지 못하다. 총리라면 경제난국을 제대로 알고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총리는 “시중에 투자하지 않고 그냥 갖고 있는 돈이 너무 많으며 이런 돈이 부동산 쪽으로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를 고집해 국내 기업의 투자를 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총리로서 남을 탓할 처지가 못 된다.

한일관계에 대해 그는 “단군 이래 일본에 가장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했지만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지 냉정히 돌아 봐야 한다.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역사교과서와 독도 문제에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대북 공조에서 불편한 관계에 따른 부담과 갈등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 총리는 본인이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있을 때 가장 일을 잘했다고 자평했다. 이는 일반적인 평가와 거리가 멀다. 그의 교육정책은 공교육 추락을 가속시켰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대학들은 그가 도입한 입시 제도를 거친 ‘이해찬 세대’를 학력 저하의 출발점처럼 인식하고 있다. 무리한 교원정년 단축은 교사 부족의 후유증을 남겼다. 이 총리의 ‘자화자찬’과 아전인수식 해석이 앞으로의 국정에까지 연장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허리 수술이 깨끗하게 안 돼 골프를 치고 나면 2주일 정도 통증이 있다”고 공개했는데,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이런 언급은 총리로서 삼가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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