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수정]‘나눔의 행사’ 부쩍 늘어난 대학축제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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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한창인 5월의 대학 캠퍼스는 싱그럽고 활기가 넘쳐흐른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캠퍼스. 떡볶이, 파전, 파인애플 꼬치, 칵테일과 같은 음식을 비롯해 직접 만든 스카프, 귀고리를 파는 곳까지 10여 개의 부스가 곳곳에 세워졌다.

그중 한 곳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백혈병 환자를 위해 골수를 기증하세요’란 문구가 씌어 있었다. 먹고 마시고 즐기기 바쁜 축제 기간에 누가 채혈을 하면서 골수 기증을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30분 동안 지켜봤더니 여학생 3명과 남학생 2명이 들렀다. 이틀 동안 기증 의사를 밝힌 학생은 150여 명. 골수 기증 의사를 밝힌 1학년 최상아(여·언론정보학과) 씨는 “단순히 먹고 즐기기보다 이웃과 함께하는 축제에 동참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놀자판’ ‘연예인 일색’ ‘기업 홍보전’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대학 축제가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이 늘어나면서 ‘하나가 된다’는 대동제(大同際) 취지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외국어대는 축제 기간에 ‘아름다운 가게’를 열어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물품을 모았다. 옷, 신발, 가방, 가전용품 등 다양한 물건이 들어왔다.

건국대는 올해 처음 ‘장애인 체험’ 행사를 벌였다. 휠체어를 타는 동료의 불편함을 직접 체험해 보자는 취지. 참가 학생들은 휠체어를 타고 학교 정문부터 강의실, 화장실까지 교내 곳곳을 다니고 점자책도 읽었다.

19일 한양대에서는 남학생 요리대회가 총여학생회 주최로 열렸다. 그동안 남학생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남학생 요리왕’ 행사는 많은 남학생의 관심을 끌었다.

팀당 2∼4명씩 모두 15개 팀이 참가해 앞치마를 두르고 ‘치즈크림 떡볶이’ ‘깻잎 베이컨말이 떡볶이’ 등 다양한 떡볶이를 만들어 냈다. 행사를 기획한 김은정(여·경영학과 2년) 씨는 “여성 전담으로 인식된 가사노동의 어려움을 남학생도 이해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내년 5월의 캠퍼스에도 이웃 사랑의 마음과 참신함이 듬뿍 담긴 축제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신수정 사회부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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