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職 자진사퇴 김운용씨 ‘옥중 심경’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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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김운용(74·사진)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을 23일 오후 만났다. 이날은 그가 IOC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지 사흘째 되는 날.

“정치적인 뜻이 있을 게 있나. 이제 완전 빈손이지. 출소하면 야인으로 돌아가 책이나 쓰고, 불러주는 데가 있으면 강의나 해야겠어. 그래도 내가 책을 쓰면 재미는 있을 거야.”

그토록 자신을 짓눌렀던 속세에 대한 집착을 모두 벗어 던진 때문일까. 수인번호 2351번이 선명한 하늘색 줄무늬 수의를 입고 지난겨울 백내장 수술을 한 오른쪽 눈에는 안대를 한 그의 모습은 예상보다 훨씬 담담해 보였다.

김운용. 그가 누구인가.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 시절 부동의 2인자로 통했고 2001년에는 유색인종으로는 최초로 IOC 위원장을 놓고 자크 로게 씨와 접전을 벌였던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생각조차 버렸어. 2010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실패가 나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세상 아닌가. IOC 위원직을 내놓았다니까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고…. 이제 정말 조용히 살 거야.”

그래도 일말의 미련은 남는 모양이었다.

“내가 한 일은 훗날 역사가 인정해 줄 거야.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 등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했지. 국기인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에 올려놨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남북 공동 입장을 성사시켰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거야.”

그는 또 같이 면회를 한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의 통합에 대한 생각을 묻자 열변을 토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일본의 예를 들어가며 “생활체육의 기반이 없는 엘리트 스포츠는 사상누각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안 의원 같은 분이 힘을 모아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라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체육단체 공금 유용 혐의가 확정돼 징역 2년과 벌금형을 선고받고 1년 2개월째 복역 중인 김 전 부위원장. 국내외 스포츠 계에서 행사해 온 막강한 영향력을 접고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려는 그에게 마지막 꿈이 있다면 고령에 악화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법의 선처일 것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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