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役 로라, 중동순방 진땀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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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구원투수’로 5일간 단독 중동순방에 나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22일 두 번째 방문국인 이스라엘에서 곤욕을 치렀다.

로라 여사는 방문지인 제리코의 유대 및 이슬람 성지에서 20∼30명 규모의 반미 시위대를 만났다. 그러나 로라 여사는 ‘미국의 이미지 개선’이라는 임무를 위해 시종 미소 띤 얼굴로 일정을 소화했다.

▽남편 대역=백악관이 로라 여사의 중동방문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미국을 바라보는 중동의 눈이 이라크전쟁 및 ‘뉴스위크 오보 파문’으로 최악이기 때문이다.

로라 여사의 단독 해외방문은 올해 1월 부시 2기 정부가 출범한 뒤 벌써 두 번째다. 올해 3월에는 여성지위에 관한 한 ‘최악’이라는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여성의 자유’를 역설했다.

그는 20일 두 번째 해외순방을 떠나기 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기 행정부에서는 내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때마침 지난주 쿠웨이트 의회가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준다”고 발표했다. 로라 여사의 중동 순방효과를 높여주는 요인이었다.

로라 여사의 ‘내조 외교’를 올해 초 국무부 홍보차관으로 내정된 캐런 휴즈 전 백악관 공보비서의 작품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로라의 경쟁력=로라 여사가 외교 특사로서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 도서관 사서를 지낸 로라 여사는 단아한 이미지를 앞세워 80%대 초반의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40%대 중반을 맴도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이달 1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스탠딩 개그우먼’으로 깜짝 등장한 사건 이후 그의 ‘무대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자에서 “부시 대통령의 최근 연설이 ‘로라 부시의 코미디발언’을 인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로라 여사의 높은 인기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로라 여사는 뉴스위크 파문에 대해서도 “그 일은 무책임한 일이었지만, 중동지역 반미 시위는 뉴스위크 때문만으로 보기 힘든 것 아니냐”며 균형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일 뉴스위크를 비난하고 있는 행정부 분위기와 사뭇 다른 발언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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