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입시 수업은 가라 ‘지감사 교육’ 떴다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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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학교의 영어수업시간. 한 학생이 책상위에 걸터앉아 교재를 보는 등 학생들이 자유로운 자세로 강의를 듣고 있다. 변영욱기자
이우학교의 영어수업시간. 한 학생이 책상위에 걸터앉아 교재를 보는 등 학생들이 자유로운 자세로 강의를 듣고 있다. 변영욱기자
이번엔 빗소리를 표현해 보세요.”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고교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를 방문했을 때 음악 야외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5명의 학생이 20여 명의 아이들 앞에서 냄비, 도마, 플라스틱 드럼통을 뒤집어 놓고 막대기로 신나게 두드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별로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빗소리, 파도소리를 ‘난타’ 형식으로 연주하면서 물에 대한 다양한 느낌을 표현했다.

비디오카메라로 연주 장면을 찍던 안정민 교사가 학생에게 소감을 물었다. 함석영(13·중1) 군은 “시냇물 소리를 잔잔하게 표현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고 대답했다.

대안교육 특성화 중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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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사는 “이 수업은 ‘생태 프로젝트’의 하나로 학교 근처의 동막천을 살리자는 주제”라며 “음악 시간에는 물을 주제로 작사, 난타공연, 음악 듣고 감상문 쓰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청소년 쉼터에서 비인가 대안학교인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꿈)’ 학생 4명이 연극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꿈은 사무실 건물 30여 평을 학교로 빌려 쓰고 있어 시설이 열악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에서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연극 등 다양한 수업을 한다.

○대안학교 전국에 100여 개… 미래 교육 모델로

획일적인 공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지성과 감성, 사회성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을 꿈꾸며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대안학교가 ‘문제아 학교’로 여겨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학교 모델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한 이후 이제 중등과정에서만 간디, 이우, 한빛, 영산성지 등 25개의 특성화학교가 생겼다. 비인가 대안초등학교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대안학교가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교육복지정책과 설세훈 사무관은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학부모들의 다양한 욕구가 대안학교 성장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우학교 등 대부분 학부모가 설립

대안학교는 대부분 뜻있는 몇몇 인사들의 출자나 학부모 후원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다.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이 이우학교. 교육부장관을 지낸 서울대 이명현(철학) 교수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공동출자해 만든 학교다.

부지 구입비용 23억 원을 비롯해 학교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재원 60여억 원을 출자했고 정부 지원은 한 푼도 없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비인가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는 마을 주민과 학부모가 세우고 꾸려나가는 학교다.

교장인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는 “앞으로 후원비로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비는 정부가 지원하는 학생수 100여 명 안팎의 작은 대안학교를 많이 세우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입학 까다롭고 등록금은 일반학교의 3배

입학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이우학교는 학생모집 절차부터 기존 학교와 다르다. 서류전형, 2박 3일간의 사전캠프,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면담 과정을 거친다.

학교가 추구하는 ‘더불어 사는 삶’에 맞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는지 살피고, 학부모가 학교의 교육관에 동의하는지 판단한다.

등록금은 분기당 113만 원으로 일반학교의 3배 정도. 그 대신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전체 모집인원의 13%에게 장학금을 준다.

교과과정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반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정규 교과과정 외에 이우학교만의 철학을 담은 ‘특성화 교과’가 있다.

고1은 농사를 체험교과로 정해 1년 동안 학교 텃밭에서 학생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다. 2학년 때는 목공, 도예, 요리, 염색, 퀼트 등 6개 중에서 골라 심화과정을 배운다. 3학년이 되면 결산 과정으로 흥미 있는 분야의 논문이나 연구보고서를 지도교사와 함께 1년간 연구해 그 결과물을 낸다.

○정부 지원 없어 운영 곤란… 일부선 내실부족 지적도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비인가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안학교가 양적으로 증가한 데 비해 교사 부족 등 내실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정연순 부센터장은 “조기유학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국내에서 문제를 풀어보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힘들게 꾸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에 대한 압박은 대안학교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학 진학’이라는 학부모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들을 이우학교에 보내는 남현숙 씨는 “마음을 많이 비웠지만 좋은 대학에 갔으면 하는 욕심은 여전하다”며 “아이가 대학에 안 가겠다고 하면 고민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이수광 교감은 “명문대 진학을 비판하기보다 고민 없이 간판만 보고 입학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학생 선발에 따른 심사 기간을 늘려 우리의 교육방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만 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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