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집권7년 최대위기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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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사민당)이 22일 치러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의회 선거에서 39년 만에 패배했다.

사민당은 37.1%의 득표율에 그쳐 44.8%를 획득한 야당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에 뒤졌다. 또한 기민련-자유민주당의 야당 연합이 사민당-녹색당의 여당 연합을 누르고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1966년 이래 사민당이 누려 온 주정부 권력이 기민련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로써 사민당은 최근 11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배를 기록했다.

출구조사에서 일찌감치 패배가 굳어지자 사민당은 총선 조기 실시를 야당에 제안했다. 내년 가을로 예정된 총선을 1년 앞당겨 실시하자는 것. 이번 선거로 집권 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슈뢰더 총리가 사활을 걸고 난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 의회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파장이 큰 것은 NRW주가 독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 독일 인구의 20%인 1800만 명이 거주하는 데다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몰려 있어 독일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곳이다. NRW의 표심(票心)이 정권을 좌우한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사민당이 40년 가까운 전통 표밭을 잃은 것은 악화된 경제 탓이다. 야권은 전국적으로 12%, NRW주의 경우 12.1%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승리를 따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연방 하원(Bundestag)은 사민당과 녹색당이 다수인 반면 주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연방 상원(Bundesrat)은 기민련이 완전 장악하게 됐다. 프란츠 뮌터페링 사민당 당수는 하원에서 통과된 법률안이 상원에서 부결되는 만성적인 문제점을 이유로 조기 총선 실시를 주장했다.

하지만 속셈은 야권이 아직 차기 총리 후보를 결정하지 못해 구심점이 없는 틈을 노려 총선을 실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내년까지도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슈뢰더 총리로선 임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올해 승부를 가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최근 잇따른 여론조사 결과 현시점에서 총선이 실시되면 야당이 이길 것으로 나타나 야권도 총선 조기 실시를 반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강력한 개혁안을 내놓은 앙겔라 메르켈 기민련 당수가 가을 총선을 통해 독일 역사상 첫 여성총리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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