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04>田(밭 전)

  • 입력 2005년 5월 23일 1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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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은 가로 세로로 경지 정리가 잘 된 농지의 모습이며, 그래서 농사나 농경지와 관련된 의미를 가진다.

思(생각 사)는 넓은 논밭(田)에서 농사를 어떻게 잘 지을 것인가를 마음(心·심)속으로 ‘그려 보는’ 모습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사유를 인간의 조건으로 보았지만, 思는 행위와 사유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또 男(사내 남)은 논밭에서 쟁기(力·력)를 부리는 남자를, 里(마을 리)는 농사지을 농경지(田)가 있는 땅(土·토), 즉 논밭을 일굴 수 없는 불모지는 마을이 형성될 수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마을(里)은 세금을 낼 수 있는 넓은 농지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田은 동시에 소유 개념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界(경계 계), 甸(경기 전), 疆(지경 강) 등은 바로 이러한 의미를 담았다. 界는 논밭 사이에 끼인(介·개) 둑으로 만들어진 경계를 표상하며, 甸은 그러한 경계가 일정한 길이와 넓이로 이루어진, 왕경 500리 이내의 땅을 뜻한다. 또 疆은 원래 田이 둘 모여 밭의 경계를 말했으나, 이후 길이를 뜻하는 가로획이 더해져 畺(지경 강)이, 다시 弓(활 궁)이 더해져 彊(굳셀 강)이 되었는데, 그것은 활(弓)이 당시 대표적 휴대품이었고 이로 땅의 길이를 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彊이 활의 시위처럼 ‘굳셈’을 뜻하게 되자 다시 土(흙 토)를 더해 疆이 되었다.

이처럼 田은 경계이자 측량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논밭의 원래 속성이 경작을 통한 식량의 생산에 있기에, 田에는 개인과 공동체의 소유를 측량하고 그 경계를 획정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기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사적 소유와 연결되는 한 아무리 정확한 척도를 도입하려 해도 언제나 권력에 휘둘릴 여지를 남기게 된다. 略(빼앗을 략)은 바로 남의 농경지(田)에 들어가서(各·각) 제 것인 양 측정하고 경영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침략자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 것은 모조리 생략하고 대략으로 처리해 버린다. 이 때문에 略에는 생략과 침략의 뜻이 같이 들어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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