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 진로소주 인수땐 공룡된다”

  • 입력 2005년 5월 23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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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둘러싸고 주류업계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하이트맥주는 맥주시장 점유율 57%, 진로는 소주시장 점유율 55%로 각각 해당 분야 1위여서 한 깃발 아래 뭉치면 주류업계의 공룡이 되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두 회사가 합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를 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다양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열쇠를 쥔 공정위는 각계 의견을 들으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 주류업계의 필사적인 저지 노력

무학소주와 오비맥주는 각각 9일과 10일 공정위에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독과점 심사 신고서’를 제출했다.

오비맥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달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경제분석 보고서’를 23일 공정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들에게 의뢰해 만든 이 보고서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끼워 팔기’ 우려 △맥주시장에서 경쟁자의 시장진입 차단 가능성 △수평적 결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인수자금 회수를 위한 가격 인상 시도 가능성)과 가격 담합(경쟁업체 수 감소로 암묵적 가격 담합 용이) 우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금복주, 무학, 대선, 선양 등 4개 지방 소주사도 최근 ‘하이트의 진로 인수’ 반대를 결의하고 앞으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 고민에 빠진 공정위

공정위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심사 결과가 한 달 내에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시장조사를 면밀히 진행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하이트의 진로 인수 파급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지방 소주사 9곳과 주류도매상 247곳에 의견 제출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이트맥주는 공정위의 심사 결과와 상관없이 일단 내주 중 진로 인수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하이트는 “본계약을 맺더라도 공정위의 심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동서리서치는 22일 주류 도매상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에 대해 찬성표가 46%, 반대표는 41%로 각각 나타났다고 밝혔다.

찬성 이유로는 ‘국내 기업이 인수하기 때문’이 57%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의 69.2%는 “독과점 폐해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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