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 구속 세번 무죄…박주선씨, 기구한 6년

  • 입력 2005년 5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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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구속과 3번의 무죄.’

박주선(朴柱宣·56) 전 민주당 의원에게 지난 6년은 잔인했다. 한때 촉망받던 검사였지만 ‘친정’이었던 검찰과의 질긴 악연(惡緣)으로 고통받은 나날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번번이 그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20일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출석 문제와 관련해 현대 측에서 비자금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의원의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그는 그동안 자신을 옭죄었던 사건 모두에서 자유롭게 됐다.

2000년 1∼4월 나라종금에서 청탁과 함께 2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지난해 11월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의 상고 포기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대통령법무비서관이었던 그가 ‘옷 로비 사건’ 때 김태정(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에게 사직동팀 수사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도 2년6개월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는 현대 비자금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0일 “한 인간에 대해 3번의 구속과 3번의 무죄 판결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였다”고 회한을 토로했다. 이렇게 심경을 밝힌 그의 표정에선 무죄 판결의 기쁨에 앞서 가시밭길로 점철된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듯했다.

사법시험 수석합격(16회)으로 검사 생활 24년은 탄탄대로였다. 미래의 검찰총장감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행은 그를 시대의 격랑으로 내몰았다.

옷 로비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지만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집권당 공천 없이 무소속(전남 보성-화순)으로 정치권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검찰은 나라종금 뇌물수수와 현대건설 비자금 혐의 2건을 적용해 국회의원이던 그를 또다시 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 직후 박 전 의원은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라고 하라”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옥중에서 그의 지역구는 공중분해됐다. 보성군은 고흥군에, 화순군은 나주시로 합쳐졌다. 정치적 재기를 노린 그는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전남 고흥-보성에 ‘옥중출마’ 했으나 분루를 삼켜야 했다.

옷 로비 사건 등 3개 사건 관련 수감 기간만 1년3개월. ‘친정’인 검찰을 향한 그의 속내가 편할 리는 없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법연수원 때 검사가 되면 밤에 끌려가는 일은 겪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국민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정치를 했는데 내 눈물을 닦고 있으니…”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일성도 ‘사법 권력’ 비판에 맞춰졌다. “정치권력이 정치보복을 획책하고 검찰이 정치권력의 시녀 역을 자임하며 사법부마저 여론의 속박을 받는다면 언제든 제2, 제3의 박주선이 다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박 전 의원은 자신을 총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찾아 위로를 받았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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