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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단’에는 특별한 魂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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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단’에는 특별한 魂이 있다

입력 2005-05-21 03:08수정 2009-10-0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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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대 수의과대 스코필드홀에서 황우석 박사 연구팀이 황 박사의 성과를 축하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세상 사람들은 그들이 내놓는 연구결과에 놀란다. 그리고 찬사를 보낸다. ‘산업혁명에 버금’ ‘세계 최초’ ‘세계적 업적’ ‘대약진’…. 그러나 영광과 찬사 뒤의 모습은 보지 못한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며 연구에 매달리는 그들의 ‘24시’를 알지 못한다.》

▼새벽 5시, 도축장으로 출근▼

20일 오전 5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수의과대 앞. 아침 햇살이 비치기도 전에 황우석(黃禹錫) 교수 연구팀의 ‘난소채집팀’이 나타났다.

2인 1조인 이들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도축장으로 향했다. 어깨에 둘러멘 가방에는 비닐장갑과 옷 그리고 대형 보온병이 두 개씩 들어 있다. 도축되는 소나 돼지에게서 실험에 필요한 난소를 즉시 채집하기 위해서다.

난소채집에 주어진 시간은 1분이 채 안 된다.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외부환경에 노출되면 변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손놀림이 빨라야 한다. 가축이 도축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어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어요. 시뻘건 피가 흥건한 현장에서 잘라진 살들을 뒤적거리며 난소를 찾는 일이 만만한 작업은 아니니까요.”

김수(27·여·박사과정) 연구원의 말이다.

처음 난소채집을 다녀온 연구원은 2, 3주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겨울에 시린 손을 데우기 위해 따끈한 돼지 살 속에 손을 넣고서 다음 부위가 도착하기를 기다릴 정도가 된다. 오물이나 피가 얼굴에 튀어도 태연하게 닦아 낸다.

황 교수 연구팀에서 유일하게 인간난자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김 연구원은 “이곳 연구원들의 피부가 좋은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했다.

▼취침시간? 그런게 있나요…▼

황 교수 연구진에는 모두 60여 명의 연구원이 있다. 줄기세포, 동물복제, 바이오장기, 기초연구지원팀 등 4개 팀으로 나뉜다. 교수, 연구원 같은 고정 연구인력에다 외국인 유학생과 객원연구원이 함께 움직인다.

업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다. 황 교수가 새벽부터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이 시간에 시작하지 않으면 매일 실험에 필요한 동물난자 1400여 개를 채집할 수 없다.

연구원들은 아예 대학원생 연구실에 간이침대를 가져다 놓고 새우잠을 잔다. 얼마 전에는 학교 근처에 20여 평짜리 아파트 두 채를 마련해 집이 먼 학생이나 외국인 학생 10여 명이 함께 사용토록 했다.

연구원은 경찰이나 군대의 ‘5분 대기조’와 다르지 않다. 황 교수 머리에 갑자기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오전 1시건 2시건 즉시 모여야 한다. 황 교수는 늘 “우리가 자는 시간에 지구 반대편은 깨어 있다”고 말한다. 한 연구원은 “그들이 잘 때 우리는 깨어 있지만 교수님에게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학 김대용(金大湧) 교수는 “황 교수는 10여 년째 오전 6시에 출근하기로 유명하다”며 “연구 성과보다 도대체 언제 자고 어떻게 체력관리를 하는지가 더 궁금하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압둘 하심(38·박사과정·방글라데시) 연구원은 한국에 온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그동안 둘러본 연구소 밖 시설은 다른 단과대 연구소와 관악산이 전부다.

그는 “영국 동남아 중동 지역 등 세계 여러 나라 연구소에서 일해 봤지만, 훨씬 작은 규모의 시설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는 힘은 바로 ‘안 놀고, 안 자기’인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깥세상은 어찌 돌아가는지…▼

이렇게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직업병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하루 15시간 책상에 앉아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가벼운 허리나 목 디스크는 기본이다. 물리치료사 한 명 두는 것이 소원이라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안경을 안 낀 사람도 찾기 힘들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하는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과 민첩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눈을 깜빡거려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안구건조증에 시달리고 있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보니 최근 유행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유행어, 날씨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이미 종영된 개그프로그램의 ‘난다 김, 4000만 땡겨 주세요’ 같은 유행어가 이제야 몇몇을 통해 새로운 유행어처럼 돌아다닌다.

박선미(26·여·석사과정) 연구원은 “코미디 프로의 캐릭터인 ‘난다 김’을 무슨 ‘난자’ 이름으로, ‘미친 소’를 소의 한 종류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애와 결혼은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 전체 연구원 중 결혼한 사람은 단 두 명. 연애를 하더라도 연구원들끼리 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실제 ‘랩(lab·실험실) 커플’은 두 커플뿐이다.

랩 커플에게는 하루에 많아야 세 번 정도의 데이트 기회가 있다. 점심 저녁 식사시간과 이들이 ‘알 뽑기’ 시간이라 부르는 오전의 난자채집 시간. 물론 채집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몇 마디 주고받는 정도다.

그러나 황 교수 연구팀에서 일하는 ‘영광’이 이런 고생을 잊게 만든다. 매학기 석박사과정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은 참관 조교로 연구팀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정식과정은 아니지만 연구과정을 어깨너머로 익히고 다음 학기 시험을 준비하는 것.

참관조교인 이주연(24·여·석사준비과정) 씨는 “주변에선 왜 사서 고생이냐고들 하지만 세계적인 연구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기초부터 충실히 다지고 있다”며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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