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출신 김진경씨 교육문화비서관 내정에 교육계 술렁

  • 입력 2005년 5월 21일 0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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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대 정책실장 출신의 김진경(金津經)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가 내정되자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계는 당혹감을 표시하면서 향후 교육계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른바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구속된 김 내정자의 이력 탓에 교육정책 결정과정에서 교육부의 입지가 좁아지고 전교조 등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발탁 배경=김 내정자의 기용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3대 국회 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노 대통령은 이때 전교조 창립에 앞장섰던 김 내정자를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국회 교육위에서 활동할 때도 교육 분야의 자문을 받는 등 교분을 이어왔다는 것.

청와대 참모진은 교육부 관료 등 4명을 후보로 올렸고, 노 대통령은 “이 사람은 내가 잘 안다”며 김 내정자를 낙점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 같다”며 “참모들도 외부 인사가 낫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전교조의 노선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일선교육 현장을 잘 아는 김 내정자가 공교육 정상화 추진의 적임자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육정책 바뀌나=청와대는 경제통인 김진표(金振杓) 교육부총리가 취임 이후 교육부를 확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한 데다 김 부총리의 ‘색깔’이 없다며 간간이 불만을 표시해 왔다.

따라서 이번 김 내정자의 기용으로 앞으로 김 부총리는 대학개혁을 주도하고, 김 비서관은 초중등 교육의 개혁에 무게를 두는 일종의 역할분담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커져 온건 합리적인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교육정책의 균형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교육부의 한 간부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평가제, 교장승진제도 개선, 대학정책 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중립감을 갖고 일하는지 지켜보겠다”고만 밝혔다.

▽김진경, 누구인가=김 내정자는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구속됐다.

‘민중교육’은 당시 새로운 교육운동을 지향하는 젊은 교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부정기 간행물이다. 김 내정자는 이 간행물에 ‘해방 후 지배집단의 성격과 학교 교육’이란 글을 게재했고, 주간 송기원 씨와 필자였던 교사 윤재철 씨 등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김 내정자는 최근까지 우리 신화와 한자문화를 주제로 집필활동에 몰두해 왔다. 10만부가 팔린 판타지 동화 ‘고양이학교‘는 ‘한국판 해리포터’로 불릴 정도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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