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업의 ‘배후’ 반드시 밝혀야 할 이유

  • 입력 2005년 5월 20일 2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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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때 ‘병풍(兵風)’을 불러일으켰던 전 의무부사관 김대업 씨가 한나라당 당사에 사과 한 상자를 보냈다. 최근 대법원이 그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 제기를 근거 없다고 판결한 뒤, 한나라당이 그와 여권(與圈)에 사과(謝過)를 촉구하자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

병풍 조작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김 씨가 보인 행태는 상식과 정상적 판단력을 가진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야당은 물론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막가파’식 저급 망동(妄動)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행동이 단지 한 개인의 비정상적 돌출 행위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본란(5월 11일자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여권이 그를 배후 지원했다는 의혹은 대선 당시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당시 그에게 잠자리와 병원 수술비를 제공하고 공동기자회견까지 했던 한 단체의 관계자들은 현 정권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와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 버젓이 관여하고 있다. 이 단체가 전국에 배포한 ‘인간 미라를 찾습니다’라는 전단의 제작비 출처도 야당이 수사를 촉구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여권은 ‘역사 바로잡기’ 차원에서 100여 년 전의 과거사까지 규명하겠다며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음모와 조작의 악취(惡臭)가 풍기는 폭로 때문에 대선 판도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큰 3년 전의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왜 진상을 규명할 수 없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대선 당시 여권과 일부 인터넷 매체는 김 씨를 ‘의인(義人)’으로 치켜세우며 병풍 의혹을 ‘국기 문란(紊亂) 사건’으로 규정했다. 여권 인사들이 날조성 폭로 행각의 배후에 있었다면 이야말로 국기 문란이다. 여권은 과거사 진상 규명 대상에 이 사안을 포함시키든지, 아니면 야당이 요구하는 특별검사 수사를 수용하든지 방침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병풍 조작의 배후 전모를 밝히는 일은, 흑색선전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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