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vs 진보…美 스타워즈 장외전쟁 화끈

  • 입력 2005년 5월 2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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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이 ‘스타워즈’ 광풍에 휩싸였다. 19일 개봉된 조지 루커스 감독의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가 첫 회 심야상영에서만 16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800만 달러)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개봉과 동시에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인 ‘비트토런트(BitTorrent)’에 불법복제물이 새나가 미국영화협회(MPAA)가 조사에 착수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1만6000명 이상이 이 사이트를 통해 영화를 내려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쟁이다.

그러나 ‘전쟁’은 영화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보수 진보 양 진영이 이 영화의 해석을 두고 장외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19일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진보운동단체‘무브온(MoveOn)’은 ‘상원전쟁: 프리스트의 복수’라는 영화 패러디 선전물을 배포하며 ‘스타워즈 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에 제한을 가하려는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영화 속에서 권력을 찬탈한 팰퍼타인 공화국 의회 의장에 빗댄 것.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금 상원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내정자에 대한 소수당의 필리버스터 권리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프랭크 로텐버그 민주당 상원의원도 상원 연설에서 “영화 내용이 미국의 상원에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은 “나와 함께하지 않으면 당신은 적이다”고 선언하며 전쟁을 일으키는 다스베이더와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고 말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교하며 ‘스타워즈’를 미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영화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보수성향 영화사이트 ‘파바닷컴(Pabaah.com)’은 조지 루커스 감독이 “반미주의를 부추긴다”며 그를 보이콧 대상 영화인 목록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1977년 처음 ‘스타워즈’가 개봉됐을 때 열광했던 쪽은 오히려 보수진영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옛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부르며 전략방위구상(SDI)을 추진한 것도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얻은 것. 이는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미사일방어(MD), 글로벌 스트라이크(GS·Global Strike) 계획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반면 진보진영은 당시 ‘스타워즈’에 냉담했다.

이 영화가 선악의 이분법, 소(小)영웅주의, 인종차별과 계급구조를 고착시킨다고 비판했다. 이때의 진보진영은 ‘스타워즈’를 반전 영화가 아닌 전쟁을 부추기는 영화로 해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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