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교황청 명예 고위성직자’에 임명된 두 원로신부

  • 입력 2005년 5월 2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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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우(83) 정의채(80) 두 원로신부의 몬시뇰 임명 ‘감사 및 축하 미사’가 24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서울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의 집전으로 거행된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 직전인 3월 임명한 두 몬시뇰은 한국 가톨릭교회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서울대교구에서 2001년과 2003년 각각 4명의 몬시뇰이 ‘교황의 명예 전속 사제(Chaplain of Honour of His Holiness)’로 임명됐으나 이번에 임명된 두 사람은 이들보다 높은 등급인 ‘명예 고위성직자(Prelate of Honour)’여서 더욱 뜻 깊다. 두 몬시뇰을 만나 소감과 제언을 들었다.》

▽최석우 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

최석우 몬시뇰(사진)은 한국가톨릭교회사 연구의 외길을 걸어온 학자다. 신학생 때 교수의 권유로 시작한 교회사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그는 그동안 저서·번역서 20여 권을 펴냈으며 19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독일 본대에서 교회사 전공으로 신학 박사학위를 받고 가톨릭신학대 교수로 돌아온 뒤 1964년 이 대학 부설로 한국교회사연구소를 세웠다. 그는 1975년 서울대교구의 기관으로 자리 잡은 이 연구소의 소장과 이사장을 거쳐 현재는 이사 겸 명예소장으로 있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 이뤄진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諡聖)도 교회사연구소의 연구가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19일 서울 중구 저동 평화방송 건물 내 교회사연구소를 찾았을 때 그는 “교구장이 자세한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다”며 몬시뇰 임명 사실을 반겼다.

평생 순교자를 비롯한 교회사 연구에 진력해온 그는 “신학교 교수 때 타이피스트 아가씨로부터 ‘신부님은 순교자가 없었더라면 굶어 죽으셨겠어요’라는 농담을 들은 기억이 난다”며 “순교자를 연구하고 현양할 수 있다면 그처럼 보람 있는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에게 “교회사 연구를 더 이상 할 게 있느냐”고 물으니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문서고에 서류와 사진 자료 수만 점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중에는 해독조차 어려운 자료들도 많지요.”

최 몬시뇰은 교회사 연구 인력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 특수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의채 서강대 석좌교수▽

정의채 몬시뇰(사진)은 30년 가까이 가톨릭대와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며 중세 가톨릭철학 연구에 매진해 온 학자이자 교육자다. 저서와 번역서 30여 권에 논문과 학술회의 발표문이 350여 편에 이를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학과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쳐 왔다. 1991년 가톨릭대 총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뒤 서강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1주일에 하루 신학대학원생들에게 강의한다.

18일 서강대의 연구실로 찾아가 몬시뇰 임명을 축하하자 “번거롭게 해 미안하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그는 캠퍼스를 거닐며 “나이가 들었어도 캠퍼스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다보니 늙는 줄 모르겠다”며 행복해 했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장례식 때 바티칸 광장을 중심으로 로마에 400만 명의 인파가 몰렸는데 그중에는 젊은이들이 많았다”며 “이는 오늘날의 청년들이 정신적으로 뭔가를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으로 교회가 이들을 끌어들여 영적으로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몬시뇰은 인간은 ‘문화적 존재’라고 강조하면서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명동에 원형극장 같은 문화시설을 만들고 연극 뮤지컬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청년들의 문화적 욕구를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정 몬시뇰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령화 문제에도 교회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서울대교구가 노인전문 연구기관을 세울 것을 권하기도 했다.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시대의 흐름을 주시하고 준비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거목의 향취가 느껴졌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몬시뇰(monseigneur):

‘나의 주님’이란 뜻의 프랑스어가 어원. 주교서품을 받지 않은 원로 사제로서 교황청으로부터 명예칭호를 받은 사람에게 부여된다. 이번 임명으로 한국의 몬시뇰은 모두 20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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