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한국 팝의 고고학 1960’…유적 발굴하듯 캐낸 한국의 팝

  • 입력 2005년 5월 20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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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고고학 1960, 한국 팝의 고고학 1970/신현준 외 지음/368쪽, 480쪽·각권 2만원, 2만3000원·한길아트

‘전파를 타는 가수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데 최희준, 김상희, 최양숙, 패티 김, 윤복희 등이 이에 속하는 가수들이다. 이들의 노래는 도시에서 널리 애창되지만 레코드 판매 기록은 신통치 않다….’

1967년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다. 한마디로 ‘뽕촌팝도(농촌은 뽕짝, 도시는 팝송)’라는 가요계 구도였던 듯하다. 그러나 6년 뒤 한 주간지에 실린 기사는 사뭇 변화된 분위기를 전해준다.

‘1973년 가요계 추세는 팝송조(調) 특히 포크송조 가요의 대두로 집약된다. 패티 김, 장현, 이장희…. 양대 레코드 메이커에서 뽕짝(트로트)에만 매달려 있는 사이 군소 메이커에서 포크에 손을 대 성공시킨 것이다.’

위 두 기사를 인용해 포크가 트로트의 지배를 역전시키는 과정을 잘 드러낸 데서 보듯, 저자는 1960년대 이후의 일간지와 대중 주간지, 가요 전문지를 섭렵하면서 수많은 가수와 작곡 편곡자, 음반사 관계자들의 증언을 취합해 한국 팝의 역사를 세밀하게 엮어 나간다. 미 8군 쇼의 탄생과 그 참여자들이 한국 가요계에 끼친 여파, 트위스트 열풍, 비틀스의 영향으로 시작된 4인조 남성 밴드의 전성 시기, 신중현이 이끈 1960년대 말의 팝 혁명, 긴급조치와 대마초 파동, 1970년대 말 캠퍼스 그룹사운드의 전면 등장 등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1975년 신중현 ‘미인’의 금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진짜 이유야 어쨌든 심의 관계자가 밝힌 이유는 ‘불건전하게 (가사를 바꿔) 부르는 사람이 많아서’였다. 1978년 연포 ‘제1회 해변가요제’가 배철수, 왕영은, 주병진 씨 등 쟁쟁한 스타를 배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룹 이름을 영어로 내세울 수 있도록 허락한 점도 한 몫을 했다.

장(章)마다 마련된 정밀 인터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중현, 조용필, 김창완 씨 등 당대 스타들 외에도, 1960년대 팝 혁명의 이론가였던 서병후, ‘전설의 포크 편곡자’로 알려졌던 안건마, 베테랑 키보디스트 이호준 씨 등이 가요사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소개한다.

제목을 한국 팝의 ‘고고학’으로 붙인 데 대해 저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덮어둔 채 미화하기보다, 사실과의 관계 속에서 팝의 신화들을 재조명하고 감별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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