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안갚으려 부인 명의로 재산 넘겼더라도 절반은 아내몫

  • 입력 2005년 5월 19일 2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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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아내 명의로 재산을 넘겼더라도 아내의 노동가치에 해당하는 절반은 채권자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시 인정받아 온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를 결혼 상태로까지 확대한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박동영·朴東英)는 H증권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전 직원 김모(47) 씨와 아내 연모(41) 씨를 상대로 낸 사해(詐害)행위 취소 및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 연 씨는 남편에게 아파트 지분의 절반을 넘겨주고 김 씨는 2억1000여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연 씨는 가사노동을 하며 10여년 만에 아파트를 마련한 만큼 아파트 지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권리가 인정된다”며 “김 씨의 불법행위 이전에 이 권리가 성립됐기 때문에 남편 몫인 절반만 사해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줄여 채권자가 충분한 변상을 받을 수 없도록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1999년 H증권 지점장이던 김 씨는 모 협동조합 간부가 공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다가 소송에 휘말렸고, H증권은 협동조합 측에 2억 원의 손해를 배상했다.

H증권은 김 씨가 자신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을 예상해 아파트를 아내 명의로 변경하자 지난해 김 씨 부부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 및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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