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전 교재 무용지물 될 판…“이라크전투는 혼돈 그자체”

  • 입력 2005년 5월 19일 18시 27분


코멘트
최근 들어 이라크 현실에 적합한 대(對)게릴라전 교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20세기의 각종 교훈을 분석해 만든 게릴라 대응방식이 이라크에서 전혀 맞지 않기 때문.

전문가들은 뚜렷한 사상과 목적이 있던 지난 세기의 게릴라전과 달리 이라크에서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는 각종 테러가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 시절의 바트당원 출신들은 옛 정권의 부활을 위해, 수니파는 시아파의 지배를 막기 위해, 외국인 출신 테러리스트들은 이라크를 종교적인 전장으로 만들기 위해 또는 돈을 위해 저마다 싸우고 있다는 것.

미국의 저명한 게릴라전 전문가인 앤서니 제임스 조 씨는 “이라크 저항세력과의 싸움은 게릴라전 역사에 유례가 없는, 법칙을 찾을 수 없는 싸움”이라며 “베트남이나 중국의 사례를 배웠던 미군 지휘관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미국 군사전문가는 “이라크 저항세력은 무고한 주민에게 테러를 가함으로써 게릴라전의 가장 근본인 민심획득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는 국제적인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시도도, 카리스마적 지휘관이나 지휘체계도, 명백한 사상이나 정치적 의도도, 영토를 장악하기 위한 목적도 없는 이상한 싸움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 미군 지휘관도 “미군 철수가 목적이라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폭탄테러는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세기적 게릴라 지휘관인 체 게바라는 ‘민주선거로 탄생한 정권은 게릴라전으로 절대 무너뜨릴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면서 “저항세력들의 목적이 과도정부 붕괴라면 이들은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체 게바라의 말도 20세기 게릴라전에 관한 것이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