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군 입대 즉시 고문당할게 뻔한데…”

  • 입력 2005년 5월 19일 1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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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군에 가더라도 보안사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할 것이고, 고문을 못 이겨 동지의 이름이라도 말하게 된다면 저는 영원히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병역회피를 위해 스스로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잘랐다는 논란에 휩싸인 이광재 의원이 19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심경을 밝혔다.

이 의원은 ‘용서를 구하기도 이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986년 제 나이 21살 때 저는 스스로 손가락을 버렸다”며 “80년대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제 손가락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5년부터 다음해까지 체포와 투옥, 고문과 분신이 줄을 잇는 어려운 시기였고 살아남은 자로서의 수치감, 1남 6녀의 장남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분노와 두려움 이런 것들이 당시 저를 지배한 정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군 입대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입영을 한다 해도 정상적으로 복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열사의 분신과 고문소식들이 잇따르던 어느 날, 손가락을 버렸고 태극기에 ‘절대 변절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혈서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이야기는 아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제 상처에 관한 것”이라며 “앞뒤의 문맥, 그리고 시대 상황을 다 버리고 이것을 군대기피를 위한 단지라고 비난한다면 그 비난은 제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술잔을 받을 때나, 아이들이 제 손가락이 이상하다고 만져 보려고 할 때나, 그리고 어찌해서 손가락이 그리되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많은 아픔을 겪었다”며 “그러나 지금도 스스로 제 손가락을 자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민을 진노케 한 이 의원은 가면을 벗으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병풍으로 정권을 탈취 하다시피 한 정권의 실세가 바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멀쩡한 몸을 자해했다니 그 도덕적 이중성에 몸서리가 처질 정도”라며 “이 의원은 모든 것을 털어 놓고 국민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斷指’논란 관련 이광재 의원 19일 글 전문

▶ 이광재 부인 "단지얘기는 이제 그만"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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