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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 에겐 지금 휴식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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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 에겐 지금 휴식이 필요해요

입력 2005-05-19 02:59수정 2009-10-0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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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행사장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사인 요청을 받고 있는 배형진 씨(가운데). 1월 말 영화가 개봉된 후 부르는 곳이 하도 많아 석 달간 녹초가 된 배 씨는 당분간 일체의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쉴 계획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형진이는 피곤하다.

주위에서 가만 놔두질 않기 때문이다. 온갖 곳에서 오라고 한다. 몸은 하나고 갈 곳은 많고….

영화 ‘말아톤’의 흥행 성공과 함께 일약 스타로 떠오른 실제 주인공 배형진(22) 씨. 그가 요즘 녹초가 됐다. 잦은 행사 참가 탓이다.

마라톤 행사만 열렸다 하면 그를 부른다. 신문 잡지 방송 등 언론 인터뷰도 수십 군데 했다. “밥 한번 같이 먹자”는 전화는 왜 그리 또 많이 오는지….

배 씨의 어머니 박미경(46) 씨는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말아톤’이 1월 27일 개봉된 뒤 석 달간 형진이가 푹 쉰 날은 하루 이틀밖에 없다”며 “한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집에 들어가면 쓰러지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무척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발달 장애인인 배 씨는 지난달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하다 쓰러진 적도 있다. 요즘엔 밤에 경기(驚氣)를 일으킨다는 게 어머니의 얘기.

박 씨는 “처음에는 영화가 잘 되게 하기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행사에 참여했지만 나중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거절하기 어려워 힘들어도 다 들어줬지만 당분간은 일체의 행사에 아이를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배 씨가 근무하는 악기부품업체 ㈜진호에선 지난달 20일 힘들어하는 그에게 한 달간의 휴가를 주기도 했다.

이달 초 모자(母子)는 1주일간 ‘사람이 없고, 전화 연락도 안 되는’ 외국을 다녀왔다. 배 씨와 박 씨 모두 해외여행은 처음. 박 씨는 “전화를 안 받아서 너무 좋았고 둘 다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배 씨가 자폐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을 준 건 사실. 하지만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냄비 기질’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어머니는 걱정한다.

“한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면 이상하게 쳐다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먼저 ‘사진 찍자’고 하고 너무나 친절합니다. 언젠가는 형진이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겠죠. 다만 형진이가 불러일으킨 사회적인 관심이 많은 발달 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흐르길 바랍니다.”

‘말아톤’ 어머니 박 씨의 간절한 바람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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