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향해 비판… 설득…

  • 입력 2005년 5월 18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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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오판이고,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오해?

미 국무부의 고위관계자들이 17일 최근 한미 간에 논란을 빚고 있는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워싱턴의 비판과 해명을 내놨다.

먼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곤혹스럽게(annoyed) 바라보면서 “한국은 동맹을 고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힐 차관보는 서울에서 가진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탈미(脫美) 경향으로 일부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그 사례로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들었다.

힐 차관보는 이어 “내가 한국인이라면 ‘우리는 현재는 아닐지라도 과거에 우범지대(high-crime neighborhood)였던 곳에 살고 있다’는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 일대에서는) 수많은 침입과 전투, 심지어 때로는 수세기에 걸쳐 절멸을 가져오는 전쟁이 있었으며 특히 한반도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그러면서 “내가 미래를 바라보는 한국인이라면 나는 스스로에게 ‘멀리 있는 강대국과 특별한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19세기 말 열강의 노리개로 전락했던 대한제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동북아 균형자론을 역설했다면, 힐 차관보는 같은 논리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의 ‘탈미 경향’을 우려하고 한미동맹론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반면 에번스 리비어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와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17일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유사시 다른 지역의 미군을 한반도에 신속하게 투입하기 위한 개념도 포함하고 있다고 적극 강조했다.

리비어 부차관보는 이날 조선일보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에서 공동 개최한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의 한반도정책 전망’ 세미나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미군을 한반도에서 다른 곳에 투입하기 위한 일방통행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보좌관도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같은 취지의 설명을 한 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보되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혜택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짐 리치 미 하원 아태소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자주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와 거리를 둘 때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이득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도 현명한 정책인지는 의문”이라며 한미동맹의 현주소에 우려를 나타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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