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 도둑맞고 있다…대장금-겨울연가 등 복제품 투성

  • 입력 2005년 5월 18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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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카우룽만 몽콕 쇼핑가 가보니…

지난달 22일 홍콩 카우룽 만의 몽콕. 홍콩 유통과 쇼핑의 중심지로 서울의 남대문시장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쇼핑단지에 속하는 사이노플라자의 상점 곳곳에는 한국 영화와 TV 드라마의 비디오테이프와 DVD가 널려 있었다. ‘대장금’과 ‘겨울연가’ ‘파리의 연인’ ‘풀하우스’ 등 한류 바람을 타고 이곳에서 크게 인기를 끄는 작품들이다. 양으로 일본 제품을 압도했으며 일부 상점에서는 미국 제품에 맞먹을 정도의 규모였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겉포장만 보아도 가짜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빛바랜 사진에 디자인도 조잡했다.

홍콩에서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대장금 DVD의 경우 한 장에 10회분씩 8장이 한 세트로 팔렸는데, 겉 포장지의 주연배우 모습이 10년쯤 지난 사진처럼 빛이 바랬고 디자인도 유치했다.

판권자가 누구인지 적혀 있지도 않았다. 화면은 거칠었고 소음 때문에 대사도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파리의 연인 DVD는 복제하면서 화학약품 처리를 했는지 포장을 열자마자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났다.

이들 비디오테이프와 CD, DVD의 가격은 개당 10∼30홍콩달러(약 1300∼3900원)로 대부분 불법 복제된 가짜였다. 가짜가 이처럼 범람하는데도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홍콩-상하이등 한국 DVD 90%이상이 가짜

‘짝퉁 한류(韓流)’가 한국을 멍들게 하고 있다.

‘한류’의 지적재산 보호가 이뤄지지 않아 ‘가짜’와 ‘싸구려’ ‘저질’ 한류가 넘쳐나고 있는 것.

홍콩에 본부를 둔 국제지적재산권침해 조사기관인 ‘마크스먼 컨설턴트(Marksman Consultants)’가 지난달 1일 홍콩과 중국 선전(深(수,천))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4개 도시의 상점 63개를 무작위로 선정해 한류제품을 조사한 결과 57개(90.4%)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비디오테이프, DVD가 가짜이거나 가짜로 추정되는 제품들이었다.

이 회사 조지프 상 대표는 “불법 복제품은 대부분 중국 본토에서 대량으로 제작돼 홍콩으로 유입된 뒤 다시 동남아로 유출되고 있다”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국 문화상품도 대부분 가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법 복제품에 대한 단속과 고발, 기소 권한을 갖고 있는 홍콩 세관의 탐위긍 조사국장은 “한국 문화상품에 대한 단속 요청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남형두(南馨斗·저작권심의조정위원) 변호사는 “정부와 판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 영화사 등 업계가 한류의 공급에만 신경을 쓰고 재산적 가치 보호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며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콩=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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