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카리모프대통령 “사망 169명은 모두 테러리스트”

  • 입력 2005년 5월 1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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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70명은 모두 테러리스트다.’(우즈베키스탄 정부) ‘적어도 745명이 숨졌으며 이들의 대부분은 무고한 시민이다.’(야당 자유농민당)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둘러싸고 정부와 야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후폭풍’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18일 외신들이 전했다.

야당과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대목은 이슬람 카리모프(사진) 대통령 정부가 “정부군은 어떤 시민도 죽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테러리스트들이 100여 명의 인질과 시민들을 죽였다”고 말한 부분이다. 모든 책임을 테러리스트 집단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즉각적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국가 안보와 대테러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안디잔 사건을 야당 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기 위한 구실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은 카리모프 정부의 오랜 전력 때문. 카리모프 대통령은 1990년 취임 이래 여러 차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였고 이를 국내 야당세력을 탄압하는 구실로 삼아 국내 강권통치를 강화해 왔다.

특히 인권단체들은 9·11테러 공격 이후 우즈베키스탄이 미국에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위한 공군기지까지 제공하면서 누구도 카리모프 정부를 견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뒤늦게 “미국이 카리모프 정부의 인권침해 상황을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카리모프 대통령은 17일 서방 언론과 중국, 일본, 인도, 한국 언론이 ‘안디잔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도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안디잔에서 7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한 러시아 언론에 대해선 ‘엉터리 보도’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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