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한국서 키워야 할 ‘영화제用 감독’

  • 입력 2005년 5월 18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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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에서 김기덕 감독과 홍상수 감독의 인기가 대단하다.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외국 기자들에게 “한국 영화감독 가운데 누구를 아느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임권택 감독과 함께 두 감독의 이름을 댄다.

특히 두 감독의 영화에 투자하려는 해외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 감독의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 ‘극장전’은 프랑스의 MK2 영화사가 투자했고, 김 감독의 작품 ‘활’도 일본의 투자사 ‘해피넷’이 돈을 댔다. 두 감독은 이제 자신의 영화에 대한 투자나 배급을 국내에 의존하지 않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렇긴 하지만 정작 한국 관객은 이들의 영화를 볼 기회가 적다. 칸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시사를 한 바로 그날 ‘활’은 서울과 부산의 단 2개 극장(총 300석 규모)에서만 개봉됐다. 또 홍 감독의 ‘극장전’은 전국 200∼300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요즘 한국영화 추세와는 달리 전국 30여 개 극장에서만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 감독은 11편, 홍 감독은 5편의 영화를 국내에서 개봉했지만 거의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김 감독의 ‘빈집’과 ‘사마리아’가 각각 베를린과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지만 국내 관객들은 이 영화들을 외면했다. 매번 언론과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홍 감독의 영화들도 이상할 정도로 관객몰이를 하지 못했다.

이제 두 감독이 세계 영화계에서뿐 아니라 국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할 때다.

관객들은 수상 소식에 열광하고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영화는 다른 사람이 보겠지’, ‘영화제 수상작은 재미없어’ 하며 그들의 영화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두 감독 역시 ‘그래, 외국에서만 인정받으면 되지’라고 교만에 빠지지 않았는지 자성해 보아야 한다. 언론도 국제영화제 수상을 올림픽 금메달 획득처럼 중계하며 그들이 자만심을 갖게 하지 않았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

“홍 감독은 칸 영화제가 키운 감독이 아니었나요”라고 반문하던 한 프랑스 여기자의 웃음 띤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우리는 어쩌면 ‘세계적 감독’의 출현을 반기면서도 ‘한국 감독’은 잃어버릴지도 모른다.<칸에서>

민동용 문화부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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