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떼먹고 해외 이민 못간다

  • 입력 2005년 5월 1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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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이민 갈 사람들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크게 어려워진다.

또 대출을 받은 뒤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빚 독촉(채권 추심)을 피하는 행위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금융권 신용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고 해외로 이민을 떠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금융회사가 일정 금액 이상의 대출 신청자에게 해외 이주 신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동의를 받은 뒤 이를 근거로 외교통상부에 확인토록 할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개인의 해외 이주 신고 내용은 원칙적으로 외부 공개를 안 하지만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동의가 있으면 금융회사에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해외 이주 예정자에 대한 대출이 엄격해지면 신용카드 발급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1999년부터 작년 2월까지 해외이주자 가운데 1만2861명이 총 1조3685억 원의 대출금을 떼먹었다. 이들 가운데 캐나다로 투자이민을 떠난 471명은 각각 1억 원 이상의 재산이 있는데도 1342억 원을 갚지 않고 출국했다. 1인당 2억8000만 원 이상을 떼먹은 셈.

정부는 또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신분 세탁’을 한 뒤 대출금을 갚지 않는 행태도 막기 위해 금융회사가 기존 주민등록번호로 주민등록초본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주민등록법 시행규칙을 고쳐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법인인감증명서와 사용인감계 등을 제출하면 변경 전 주민등록번호로 조회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할 예정”이라며 “초본에 대출 연체자의 주소 등이 나와 있어 빚 독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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