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은 市場에 넘어가지 않았다

  • 입력 2005년 5월 17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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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을 격려하려고 던진 가벼운 덕담(德談)이라면 모르지만 실제로 그렇게 믿는다면 ‘현실과 대통령의 인식’이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수긍하기 어렵다. 시장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환경과는 거리가 멀게, 국내에서는 정부 또는 정권이 끊임없이 시장을 통제하고 시장에 ‘권력’을 넘기지 않으려는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에서 생기는 이익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과 이런 경제관을 반영하는 부동산 정책만 하더라도 ‘반(反)시장적인 국가 주도’의 경향을 드러낸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사유(私有)재산권을 부정하고, 부동산시장에 강도 높게 개입해 수요와 공급을 통제하는 양상이다.

출자총액제한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나친 규제는 시장경제 주체들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 대부분이 사학(私學)인 대학들의 학생선발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시 개입 역시 시장원리와는 거리가 멀고, 결국 교육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 작은 정부가 아닌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한다며 정부 기구와 위원회를 대폭 늘려 민간 영역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는 것도 ‘시장으로의 권력 이동’과는 역(逆)방향이다.

이렇게 해서 경제가 살고 절대 다수 국민이 행복해진다면 ‘실용의 관점’에서 느긋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거대 정부일수록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은 세계적 역사적 통계적으로 입증됐다. 더구나 현 정권은 ‘정부의 실패’를 지적하는 비판 신문을 약화시킬 의도를 깔고 위헌적인 신문법과 그 시행령으로 ‘신문시장’까지 개편하려 한다.

노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은 시장에서 비롯되며 정부는 시장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옳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제라도 권력을 실질적으로 시장에 넘기고 공정관리에만 힘써야 언행일치(言行一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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