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이 고향인 김 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을 등진 뒤 그 충격에 어머니마저 실어증 증세로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김 군이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경북기계공고에 입학한 것도 이 때문. 하지만 공고 진학이 김 군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어릴 때부터 로봇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군은 고교에 입학한 뒤 자연스럽게 컴퓨터설계(CAD)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는 게 달라졌다.
매일 오전 7시에 등교해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복잡한 기계를 설계하고 그리는 일에 빠져들었다.
김 군은 2004년 4월 대구지방기능경기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9월 제39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12월에는 국제기능올림픽 출전선수 선발을 위한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고교를 졸업한 올해 초부터 반도체장비 설계 전문회사인 경기 수원시 소재 ㈜세크 설계팀에 입사해 현장경험을 쌓고 있는 김 군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그동안 도와준 주위 분들에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CAD 분야는 한국이 국제기능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인 15연패를 달성한 종목으로 김 군은 한국의 16연패에 도전한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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