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난 고혈압환자…‘나노 로봇’으로 혈관 청소”

  • 입력 2005년 5월 17일 18시 57분


코멘트
2025년에는 정말 한국에 무병장수 시대가 올까.

2030년에는 우리 손으로 개발한 우주선을 타고 달이나 화성으로 가는 ‘우주 관광시대’가 열릴까.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런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가 조만간 한국에서 실현된다는 예측을 내놨다.

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오명(吳明)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공개된 ‘2005∼2030년 과학기술 예측조사’ 내용이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는 한국이 2030년까지 달성할 과학기술로 △우주와 지구 △생명과 건강 △정보와 지식 등 8개 분야, 총 761개 과제를 선정했다.

특히 가상현실 및 네트워크 게임(2009년)과 전자상거래용 보안시스템(2009년)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할 것으로 점쳤다.

○ 건강

2020년 한국에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로봇이 등장해 혈관을 누비고 다니며 마치 자동차정비공처럼 혈관을 청소하고 손상된 부위를 치료한다.

또 ‘나노캡슐’이 몸속을 돌아다니다 바이러스 등 병원균을 만나면 안에 품고 있던 약물을 방출해 이를 박멸한다.

2025년에는 알약 형태의 ‘바이오 칩’이 등장해 재택(在宅) 의료서비스가 현실화된다. 이 알약을 먹으면 건강 상태가 무선으로 병원에 전송된다.

인체 장기에 치명적인 병이 생겼다면 자신의 줄기세포로 ‘대체 장기’를 배양해 이식할 수도 있다.

이런 전망이 실현된다면 20년 후에는 무병장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 항공·우주

2030년경 한국의 우주탐사국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특수 광물을 소행성과 달에서 채굴해 신소재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달에는 사람이 사는 기지가 건설되고 달의 광물자원을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국제 공동 우주공장이 운영된다. 달에는 알루미늄, 티타늄, 철, 규소, 헬륨3 등이 풍부한데, 특히 헬륨3은 공해 없는 에너지 연료로 각광을 받는다.

한국도 유인 우주선 개발을 완료해 지구 상공 100km의 저궤도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는 우주여행 관광 상품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 에너지·환경

2013년형 신차들의 공통점은 석유 대신 연료전지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 연료전지란 수소를 연료로 공급하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장치로 매연이 없고 물만 배출하는 무공해 청정에너지다.

연료전지는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운송수단에 이용할 수 있어 큰 시장이 형성된다.

2020년 이후에는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도 실용화되고 유인 우주도시에서 태양에너지를 가공해 지구에 보내는 기술도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안전

2018년 제주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은 새로운 기상기술 덕분에 세력을 잃고 점차 소멸한다. 태풍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안개를 없애는 기술이 개발돼 인공적으로 기상을 조절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미 2014년부터 인공위성을 이용한 감시체계를 실용화해 홍수나 가뭄 등 특정 기상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꿀벌이나 나비 등 곤충을 이용해 폭발물을 추적하는 기술도 개발된다. 전자투표, 전자화폐, 전자결제 등 전자상거래용 보안기술은 2009년이면 개발돼 널리 활용된다.

○ 정보기술(IT)

2020년경에는 사람과 로봇이 지능을 겨루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상황에 따라 감정을 표현할 뿐 아니라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과 행동 능력을 가진 로봇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이전인 2014년에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지능형 로봇이 개발되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운전하는 자동운전시스템이 실용화된다.

외국어를 통역할 때 표정까지 전해주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오감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된다. 또 가상현실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게임이 널리 보급된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어떻게 조사했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17일 발표한 ‘과학기술 예측조사’는 200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과학기술 전문가 5000여 명으로부터 받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국과위 기술예측위원회(위원장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단순히 이상적인 과학기술의 발달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요구에 맞춰 어떤 과학기술이 개발돼야 하는지를 분석하고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과학기술 예측을 발표한 것은 1994년과 199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기술예측위원회의 과학기술 전문가 130여 명은 미래사회의 변화 전망과 이에 따른 우리사회의 요구를 인구, 물, 에너지 등을 포함해 15개 이슈로 도출해냈다.

인구의 경우 한국은 2026년 총 인구 4600만 명에서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비율이 20%에 도달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 수요는 앞으로 30년간 연 2.3%씩 증가해 현재 97%인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지속되고 물은 2011년엔 40억 t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온실가스 배출은 획기적인 개선이 없는 한 계속 늘어나 2100년 한반도의 기온이 현재보다 2도 상승해 극심한 기상 이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개발 과제 761개를 이끌어내고 이에 대해 1, 2차에 걸쳐 각각 3만여 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응답한 5000여 명으로부터 기술 실현 시기를 도출하고 이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를 그려냈다.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아무리 훌륭한 예언가라도 예측은 틀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조사결과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술개발 과제를 도출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