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방폐장 꼭 유치해야겠는데…”

  • 입력 2005년 5월 17일 18시 57분


코멘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 대상지인 경주와 포항, 울진, 영덕 등 경북지역 4개 시·군의 ‘물밑 신경전’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주민 갈등이나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경제적 혜택이 따르는 방폐장 유치를 내심 바라고 있다.

이들 시·군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후보지를 대상으로 지질조사에 들어간 데다 정부가 다음달 말경 지질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적합한 지역만 유치를 신청토록 하는 절차 공고를 할 계획이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동 노력이나 연대는 없다=이들 시·군은 최근 일부 언론이 ‘도내에 방폐장을 유치하기 위해 4개 시·군이 공동 노력키로 했다’고 보도하자 일제히 부인했다. 또 포항의 경우 현재까지 지질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다른 시·군 측은 다음달 절차 공고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 촉박해 포항이 유치 대상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포항시 최원삼(崔元三) 첨단과학과장은 “죽장면 상옥리 주민들이 11일 지질조사를 해줄 것을 청원했기 때문에 조만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조금 늦기는 했으나 전체 일정에는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가 전면에 나선 경주=경주시의회와 경주상공회의소, 경주문화원 등 지역 80여개 단체는 9일 ‘국책사업 경주 유치 추진단’ 출범식을 갖고 방폐장 유치를 위한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추진단은 현재 경주지역에 월선원전 1∼4호기가 가동 중이고 앞으로 신월성원전도 들어서며 중·저준위보다 훨씬 위험한 국내 고준위 폐기물의 50% 이상이 보관돼 있는 점을 감안해 방폐장 유치의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단 상임공동대표인 이진구(李鎭舊) 경주시의원은 “그동안 태권도공원과 경마장 유치 등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참여단체 등이 합심해 기필코 방폐장을 유치할 것”이라며 “경주지역의 지질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나면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경주시의회는 3월 28일 전국의 기초의회 중 처음으로 방폐장 유치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정중동(靜中動) 울진과 영덕=울진군과 영덕군은 방폐장 유치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찬반투표 결과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지형적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울진군은 지질조사 결과가 나오면 자치단체 차원의 찬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울진군과 영덕군은 방폐장 문제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이 예전에 집단행동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는 만큼 섣불리 주민들을 자극하는 행위는 하지 않고 있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