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노시용]과학 꿈나무에 ‘관심’의 물을 줬으면

  • 입력 2005년 5월 1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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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으로 부모님께 항공료라도 돌려드려야겠어요.”

13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에서 박청하(한국과학기술원 1년) 양과 민수빈(전남과학고 3년) 양이 각각 본상(2등)과 특별상(4등)을 받았다. 대회가 열린 피닉스 시빅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부모님께 대회 경비 부담을 드려 그동안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해 기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속사정은 이랬다. 두 학생은 국내대회 입상을 거쳐 국제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영광을 얻었지만 비행기표와 호텔비 등 1인당 300만 원 정도의 경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공동연구 상금이 모두 1700달러(약 170만 원)니까 각자 215만 원을 더 부담한 셈이다.

인솔자인 오창호 대한민국 과학기술경진대회 사무국장은 “한국학생 6명 중 2명은 한국정보공학올림피아드에서 전액 지원받았지만 나머지 4명은 경비를 스스로 충당했다”며 “국가와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21명이나 참가한 중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걸 보니 부러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2개의 상을 받아 체면을 유지했지만 중국 학생들은 16개의 상을 휩쓸었다. 중국 참가자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촉망받는 어린 과학도들이 비행기표 걱정을 해야 하나”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국제대회는 다른 나라의 과학영재들과 실력을 겨루면서 서로의 작품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공부이자 동기를 부여하는 자리다.

46개 국가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 2003)에서 우리나라가 3위를 차지한 것이 ‘우수한’ 공교육 덕분이라고 교육당국은 해석한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의 성적만 비교하면 경쟁국에 크게 뒤지는 실정이다.

인텔은 ‘소외계층 컴퓨터 교실’ ‘과학교사 교육 프로그램’ 등에 1년에 수백만 달러를 후원하는 등 과학교육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각계에서 과학영재 육성의 중요성과 이공계 위기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과학 꿈나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미흡하다. 정부든 기업이든 과학영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과 의지를 보여줘야 ‘과학 강국’도 실현 가능할 것 아닌가.

노시용 교육생활부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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