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협약은 알카에다와 무관” 메모작성한 교수 戰犯논란

  • 입력 2005년 5월 17일 18시 11분


코멘트
“전범으로 조사해야 한다. 그가 있을 곳은 로스쿨이 아닌 감옥이다.”

한국계 미국인 존 유(37·사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비난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말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 포로학대 사진이 공개된 뒤 포로 학대의 정당성과 관련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장본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1년간 끊임없이 제기된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개토론장 등에서 “미국이 아는 세계는 2001년 9월 11일 끝났다. 적이 바뀌었기 때문에 전쟁의 룰도 바뀌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LA타임스는 16일 유 교수의 근황을 장문의 기사로 소개하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과 법률적 논쟁을 재조명했다.

생후 3개월 만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유 교수는 하버드대 역사학과를 나와 예일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헌법과 국제법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래 그는 대학과 정부를 여러 차례 오갔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의 서기, 상원 법사위원회 자문관에 이어 2001∼2003년 법무부 법률자문실 부차관보까지 지내 입법 사법 행정 3부를 모두 거쳤다.

논란은 법무부 부차관보 시절 정책자료 성격의 메모 작성에 참여하면서 비롯됐다. 그는 행정부 내 다른 법률가들과 함께 “2001년 9·11테러 공격 이후 포로들에 대한 학대와 인권침해를 금지하고 있는 제네바협약은 비(非)국가 조직인 알 카에다와 탈레반 구성원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메모를 작성했다. 또 다른 메모에선 고문은 심각한 신체적 위해를 수반하는 정도의 고통을 가했을 때나 성립하는 것이라고 그 개념을 다시 정의하기도 했다. 이들 메모는 이른바 ‘고문 메모’로 불려왔다.

인권운동가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강제적 심문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메모 작성을 의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조차 지난달 메모 작성에 참여한 인사들에 대해 ‘고문 스캔들’에 책임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그런 메모가 군인들에게 인권침해를 해도 좋다는 명령으로 바뀌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