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국 原典연주의 대부 쿠이켄 ‘쿠이켄 앙상블’내한

  • 입력 2005년 5월 17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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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연주계에 씨앗을 뿌린 사람’으로 평가되는 원전 바이올리니스트 지기스발트 쿠이켄. 그는 1950년대에 독학으로 턱받침을 쓰지 않는 원전 바이올린 연주법을 복원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 원전연주계에 씨앗을 뿌린 사람’으로 평가되는 원전 바이올리니스트 지기스발트 쿠이켄. 그는 1950년대에 독학으로 턱받침을 쓰지 않는 원전 바이올린 연주법을 복원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기스발트 쿠이켄(61). 원전(原典) 연주계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지휘자로, 교육가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는 한국 어린이 둘을 입양해 키워낸 ‘친한파’이자 이제 싹이 트는 한국 원전 연주계의 대부이기도 하다.

그의 제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진 씨가 2002년 한국 최초의 원전 연주 앙상블 ‘무지카 글로리피카’를 창단했고, 그 자신은 지난해 창단된 원전 연주 오케스트라 ‘콜레기움 무지쿰 한양’의 음악고문을 맡아 첫 연주회를 지휘하기도 했다. 형인 첼리스트 빌란트, 동생인 플루티스트 바르톨드 등과 24, 25일 ‘쿠이켄 앙상블’ 첫 내한연주를 갖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여덟 살 때인 1952년 처음 원전악기 연주를 시작하셨는데요, 그 나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우리 가족은 한적한 시골에 살았어요. 어느 날 친지 한 분이 ‘여름 악기 코스’가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옛 민속 현악기를 제작해 연주하는 거였죠. 빌란트 형과 함께 이 행사에 참가했고, 나중에 브뤼주 음악원에서 현대 바이올린을 공부하면서도 독학으로 옛 악기의 연주법을 연구했습니다.”

―전후(세계 제2차대전) 원전 연주계의 1세대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데, 그중에서 나이가 어린 편입니다만….

“대략 50년대 후반부터 같은 길을 가는 연주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구스타프 레온하르트가 이끄는 ‘콘첸투스 무지쿠스’가 있었고, 프란스 브뤼헨과 안너 빌스마 등도 그 뒤 활동에 들어갔죠. 우리는 문헌과 실습을 통해 서로 알아낸 것을 공유하는 좋은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내한에서는 ‘서울 국제 바흐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25일 오후 7시 반 영산아트홀에서 바흐 ‘음악의 헌정’ 등을 연주하고, 이에 앞서 24일 오후 8시에는 호암아트홀에서 ‘서울 국제 고음악 페스티벌’의 하나로 ‘라 폴리아’ 등 비발디 곡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바흐와 비발디를 연주하는데 큰 차이가 있습니까?

“기술적인 면에서는 흔히 상상하는 것만큼의 차이는 없습니다. 바로크 말기에 현악 연주법은 이미 지역적인 차이가 사라지고 ‘이탈리아 방식’과 ‘프랑스 방식’의 두 갈래로 나뉘어 통일됐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입양한 딸 에바(32)가 벨기에 법무부에 근무하고, 아들 시몬(29)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족의 전통에 따라 음악 공부를 시키지는 않았나요?

“물론 시켰죠. 둘 다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지는 않더군요. 지금 그 아이들이 하는 일에 대해 행복해하는 것을 보니 저도 만족스럽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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