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온정으로 새생명 찾은‘…조선족 소녀’고모가 감사 편지

  • 입력 2005년 5월 16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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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척추측만증 수술의 성공으로 등이 곧게 펴진 조선족 동포 김려 양이 “한국 동포 여러분 사랑해요”라며 하트 모양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양의 고모 김선자 씨. 사진 제공 한양대병원
선천성 척추측만증 수술의 성공으로 등이 곧게 펴진 조선족 동포 김려 양이 “한국 동포 여러분 사랑해요”라며 하트 모양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양의 고모 김선자 씨. 사진 제공 한양대병원
“우리 조카를 살려 주신 한국 동포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등이 S자로 휘는 ‘선천성 척추측만증’으로 생명이 위험하지만 수술비가 없어 마음만 졸였던 조선족 김려(金麗·10) 양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본보 4월 14일자 A26면 참조

척추가 너무 휜 바람에 수술을 두 번에 나눠 해야 했다. 조재림(趙在林) 한양대병원장은 지난달 21일 척수신경을 제외하고 뼈와 디스크, 인대를 모두 제거했다. 이어 일주일 후인 28일 보형물을 넣어 척추를 곧게 하는 2차 수술을 실시했다.

16일 김 양의 등은 곧게 펴져 있었다. 김 양을 돌봐온 고모 김선자(金善子·40) 씨가 “두 살 때 부모에게서 버려진 뒤 저렇게 밝은 모습은 처음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가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김 씨는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그동안 김 양에게는 4000여만 원의 성금이 답지했다.

A4용지 절반 크기 종이 2장에 깨알 같은 글씨로 써 내려간 편지. 맞춤법이며 문장력은 엉망이었다. 그러나 한국과 동포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옆 입원실에 있는 보경이 엄마는 옷과 생활용품을 사주셨어요. 앞 병실에 있는 데레사 언니는 꼬마곰인형, 과일, 학용품을 사주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격려해 주셨고요.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지….”

김 씨는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 그 전에는 “자본주의 국가라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편지에도 “한국이 얼마나 인정이 많고 살기 좋은 나라인지 이번에 알게 됐다”고 적었다.

김 씨는 이번 도움을 반드시 동포에게 되돌려줄 것이라고 다짐하며 편지를 맺었다.

“조카가 꿈인 선생님이 돼 조선족 아이들에게 우리 민족문화를 전달하고 대대손손 이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힘껏 격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새 생명을 주신 동포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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