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것 같다”

  • 입력 2005년 5월 16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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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는 경제5단체장과 삼성 이건희, 현대자동차 정몽구, LG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 8명 및 벤처, 중소기업 대표 8명 등이 참석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는 경제5단체장과 삼성 이건희, 현대자동차 정몽구, LG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 8명 및 벤처, 중소기업 대표 8명 등이 참석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는 당초 예정된 1시간 반을 넘겨 2시간 45분 동안 열렸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중소·벤처기업 대표들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휴식시간에는 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면서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시장에서 비롯되고 있고, 시장에서의 여러 경쟁과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며 기업들 사이의 자율적인 협력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은 “오늘 같은 자리는 경제계에서 먼저 만들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정부가 먼저 제시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전자 등의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현대자동차의 협력 기업은 8700여 개나 되고 이들 업체가 2만여 개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이 중 하나라도 품질에 결함이 생기면 현대차 제품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협력업체와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은 “대기업 구매 부문이 원가절감 등 실적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상생협력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은 “오늘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모범사례를 보고 더욱 분발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중소기업 대표들은 원자재 값과 납품가 문제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며 대기업과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김용구(金容九)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은 “철강 등 원자재 값이 너무 갑자기 올랐다”며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제품의 납품단가를 올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는 이날 회의에서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낮추는 것을 막기 위해 ‘성과공유제’를 올해 하반기부터 공기업을 중심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성과공유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내부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납품단가를 깎지 않고 사전계약을 통해 일정 비율로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

정부는 또한 대기업의 기술과 전문 인력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정부 예산 1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의 투자 범위를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까지 확대해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로 했다.

산자부 오영호(吳永鎬) 차관보는 “경제 규모에 맞게 중소기업 요건을 확대해야 한다는 중소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현재 ‘종업원 300인 이하, 자본금 80억 원 이하’로 돼 있는 중소기업법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올해가 가기 전에 이번에 토론됐던 내용과 방안을 재검토하고 추가 개선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해 대통령과 경제계의 회동이 다시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는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이구택(李龜澤) 포스코 회장, 민계식(閔季植) 현대중공업 부회장, 한준호(韓埈皓) 한국전력 사장, 이용경(李容璟) KT 사장과 강신호(姜信浩)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장흥순(張興淳) 벤처기업협회장 등 경제 관련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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