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 이미지 실추” 총학 탄핵안 발의

  • 입력 2005년 5월 1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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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발의안 전달비운동권 학생들의 모임인 ‘총학 없는 평화고대’ 회원들(오른쪽)이 16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총학생회 사무실을 찾아가 탄핵에 찬성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모은 발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탄핵 발의안 전달
비운동권 학생들의 모임인 ‘총학 없는 평화고대’ 회원들(오른쪽)이 16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총학생회 사무실을 찾아가 탄핵에 찬성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모은 발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고려대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식 과정에서 빚어진 소동에 대해 고려대 학생들이 총학생회 탄핵을 추진키로 했다.

운동권이 아닌 일반 학생들의 모임인 ‘총학 없는 평화고대’는 16일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폭력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출해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킨 총학생회 회장단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평화고대는 “사태의 본질은 학위 수여의 합당성이나 시위의 정당성이 아니라 평화 시위의 약속을 저버리고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것”이라며 “총학생회에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고대 총학 탄핵안 발의 기자회견

총학생회에 대한 탄핵 발의는 고려대에서는 처음이다.

평화고대는 기자회견 직후 낮 12시 40분경 총학생회장실을 방문해 유병문(22) 총학생회장에게 탄핵 찬성 서명용지를 전달했다.

평화고대의 이승준(25·국문3) 씨는 “평화고대는 총학생회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모인 자생적 단체이므로 오늘의 탄핵 발의를 끝으로 해산한다”면서 “우리의 순수한 노력을 ‘삼성 눈치 보기’ ‘학교의 어용단체’로 매도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회칙에 따르면 재학생 10분의 1 이상이 동의할 경우 탄핵 발의가 가능하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중앙운영위원회는 5일 이내에 과학생회장 이상이 참석하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소집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총회를 열거나 총투표를 실시해 과반수로 탄핵을 최종 결정한다.

평화고대는 9∼13일 교내에서 총학생회의 사과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본교 재학생 1만9359명 중 2457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 중 2353명(12.2%)이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탄핵안을 발의하는 데 찬성했다.

그러나 학생운동에 대한 관심 저하로 총투표에서 탄핵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데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총학생회를 지지하고 있어 탄핵안 상정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한편 지난해 한국외국어대에서는 백종호(26) 총학생회장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에 당선되자 일부 학생들이 탄핵을 추진했으나 발의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으며, 1990년대 초 원광대와 동아대에서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탄핵된 적이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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