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100년 ‘황량한 사막→환락의 수도→테마파크’

  • 입력 2005년 5월 1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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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의 오아시스’ ‘어른들의 놀이터’ ‘결혼과 이혼의 도시’….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처럼 수십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미국 네바다 주 최대 도시인 라스베이거스가 15일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라스베이거스의 도시 형성=끝없는 사막 한가운데 라스베이거스라는 관광도시가 탄생한 것은 1905년 5월 15일. 철도청이 기차역 건설 등을 위해 이 지역 땅 110에이커(약 13만4600평)를 경매를 통해 매입하면서 라스베이거스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 뒤 허허벌판에 세워진 기차역을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상업지구가 생겨났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기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무료함을 달랠 위안거리를 찾았고 이를 위해 술집과 도박판 등은 밤샘 영업을 했던 것.

라스베이거스가 오늘날과 같은 ‘관광과 도박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네바다 주 의회가 도박을 합법화한 1931년. 이어 1941년 엘란초 베이거스 호텔 카지노가 등장하면서 라스베이거스에는 카지노 호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1946년엔 로스앤젤레스 마피아 두목인 벤저민 벅시 시걸이 플라밍고 호텔 카지노를 세우면서 드디어 ‘도박의 도시’라는 명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영화 제작자이자 세계적 갑부인 하워드 휴스는 ‘데저트 인’에 머물던 중 호텔 측으로부터 떠나달라는 요청을 받자 아예 호텔을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의 상위 20개 호텔 가운데 18개가 라스베이거스에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이곳은 미국 호텔업의 메카가 됐다. 매년 12만 쌍이 이들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려 ‘결혼 도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변신=라스베이거스의 향후 100년은 단순한 향락의 도시로만 기억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의 단초는 1976년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에 카지노가 합법화된 데 있다. 네바다 주가 더 이상 카지노 운영을 독점하지 못하게 되자 카지노 소유주들은 대형 테마파크를 유치하는 등 가족 휴양지, 온천, 고품격 쇼핑센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가 갖고 있는 ‘명성’은 이 같은 변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거스에서 벌어진 일은 베이거스에 남는다”는 상징성은 여전히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인이기 때문.

한편 15일 열린 100주년 기념행사에는 길이 31m, 폭 15m, 높이 50c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생일 케이크가 등장하기도 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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